블루투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도 전에 블루투스 이익단체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각축전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들 단체는 대부분 정부출연기관에 소속된 산하단체 성격을 띠고 있어 정부 개입도 우려된다.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소속 블루투스산업협의회(회장 김영환)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산하 무선LAN연구반(의장 정한욱)은 모두 블루투스 관련 민간업체가 결성한 이익단체. 업체간 정보공유와 친목도모(RAPA), 국내 블루투스 표준화 주도(TTA)라는 약간은 서로 다른 성격의 명제를 내걸고 있지만 기실 블루투스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게 이들 단체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게다가 두 단체 모두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으로 소속돼 있기 때문에 서로 자신이 정부로부터 공신력을 인정받은 단체라는 점을 내세우며 참여업체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처음 충돌한 것은 지난 겨울. 정통부가 정보통신시험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세우자 RAPA와 TTA는 센터를 유치하려는 치열한 물밑경쟁에 들어갔다. 정통부가 표준화기구라는 성격을 감안, TTA에 센터 운영을 이관키로 공식발표함으로써 1라운드는 RAPA의 완패로 마감했다.
최근 두 단체는 블루투스 전시회를 개최키로 하고 각각 블루투스업체들에 공문을 띄움으로써 제2 라운드에 본격 돌입했다.
TTA는 5월 말, RAPA는 4월 말로 전시회 일정을 잡고 참여업체를 모집 중이다.
정부출연연에 근무하는 익명의 한 관계자는 『두 단체에 블루투스 전시회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제의했지만 소속기관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서로 독자 개최를 고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두 단체의 이권다툼에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회원사로 참여한 블루투스 개발업체들. 대부분의 업체가 두 단체에 동시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두 산하기관이 벌이는 경쟁에서 특정기관의 편을 들 수도 없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블루투스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업체들이 불필요한 소모전에 휘말리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블루투스 모듈을 개발 중인 S사는 두 전시회에 참가해 달라는 공문을 각각 받았다. 이 업체 대표인 Y 사장은 『한 달 간격으로 열리는 두 전시회에 모두 참가하려면 참가비가 부담이 되지만 서로 자신들이 대표단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한 전시회에만 참가하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일부 업체는 신중하게 선택해 한 전시회에만 참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부분은 「신중한 선택」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진상을 파악한 후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혀 조만간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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