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의 경쟁체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은 구조적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미시적 차원, 즉 역무별 서비스에서는 이미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단적인 예가 시외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이다.
한국통신 독점의 국내 통신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체제의 문을 연 시외전화는 그 출발부터 논란을 빚다가 최근에는 경쟁체제 자체가 무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통신의 독점에 이어 데이콤(96년)·온세통신(99년 12월)의 참여로 이어지던 시외전화 시장은 현상태에서 사실상 한국통신의 독점 지속으로 귀착되고 있다.
데이콤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매출액 기준 13% 안팎에서 맴도는 상태고 온세통신은 사업 1년이 지났지만 시장점유율이 2% 안팎에 그치고 있다.
특히 해당 사업자들의 수익구조는 더욱 심각하다. 데이콤은 시외전화의 연간 적자 규모가 800억여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제 막 시장 진입한 온세통신도 사정은 거의 마찬가지다.
시외전화 시장이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한 것은 후발사업자들의 경영 실패도 원인이지만 그 근본적인 배경에는 한국통신의 가입자망 독점에 따른 후발사업자의 입지 축소라는 불공정게임이 존재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제2사업자인 데이콤은 최근 공정경쟁을 위한 한국통신 가입자망의 중립화 요구와 함께 사업 포기 방침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상태다.
시외전화 시장의 경쟁체제 몰락에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시외전화 경쟁체제 도입과 함께 이동전화사업자 추가 선정을 통한 이동통신 활성화 정책을 폈고 이는 시외전화 시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시외전화 시장이 15% 이상 줄어든 것은 기본적으로 이동전화 시장에 시장을 빼앗겼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외전화 후발사업자 입장에서는 선발사업자와 함께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동전화사업자와의 직접경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그 결과는 후발사업자들이 힘 한 번 못쓰고, 돈 한 번 벌지 못하고 사업구조
조정을 선언하는 상황을 야기했다.
시외전화와 똑같은 상황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일부 후발업체에선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최근 모습이 시외전화 시장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헝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에서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개화시킨 두루넷의 과거와 현재에서 잘 드러난다.
두루넷은 지난 98년 7월 한국전력의 케이블TV 네트워크를 이용해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가장 먼저 실시한 선발주자다. 다이얼업 시대에 초고속데이터 전송이란 발군의 아이디어와 벤처적 노력으로 두루넷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한동안 선두적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하나로통신과 한국통신의 시장 진입 후 상당부분 헝클어졌다. 하나로통신이 99년 4월 시장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이용료를 바탕으로 시장공략을 시작한 데다 국내 최대의 기간망을 가진 한국통신이 곧바로 시장공략을 시작,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순식간에 뒤집혔다.
1월 말 현재 432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중 한국통신은 1년반 만에 190만을 확보하면서 45%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으며, 하나로통신은 115만으로 그 뒤를 이었다. 두루넷은 80만 가입자로 3위를 차지했다.
하나로통신과 한국통신의 위세에 눌린 데이콤·드림라인 등은 사업 철수 등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과당경쟁 와중에 상당수의 마어너리티사업자가 유동성문제를 겪기도 했다.
두루넷은 한국통신이나 하나로통신의 시장공략이 브랜드 가치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불공정 게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루넷의 한 관계자는 『한국통신이 제공하는 ADSL 모뎀 비용은 케이블 모뎀에 비해 1.7배에서 2.5배 가량 비싼데도 ADSL 이용료는 케이블 모뎀의 85%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는 정상적인 시장이 아님을 반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이 맞붙은 과거와 같은 경쟁체제가 지속된다면 초고속인터넷 시장 역시 시외전화 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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