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경제위기에 대비할 때

◆이윤재 디지털경제부장 yjlee@etnews.co.kr

새해 들어 업계관계자들을 만나면 두가지 질문을 받는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주가가 더 오를 것 같습니까』하는 질문이 주류를 이뤘는 데 최근에는 『경제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하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만 꼭 집어낸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환경에 대해 뭔가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지난달 하순부터는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보고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세계경제가 지난 97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모건스탠리딘위터(MSDW)의 보고서(스티븐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주목받고 있다. 전세계 국민총생산(GNP)의 30%를 차지하는 미국과 일본 경제의 침체조짐이 완연하며, 지금의 경기둔화를 일시적 재고조정 과정으로 간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정보기술(IT) 부문까지 자본지출과 고용감축 조짐을 보이고 있어 추가적인 경기악화를 시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터어키에서 외환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데다 아르헨티나의 재정적 우려가 고조되고 있으며 세계 4대 인구국인 인도네시아에선 민족간 분쟁이 확산되고 있는 등 경제불안 조짐이 곳곳에서 출현하고 있다. 사실 지난 70년 이후 5차례나 세계경기 침체현상이 발생했지만, 이번의 침체조짐은 가장 광범위하고 미국의 경제가 이를 진정시킬 수 있는 힘을 잃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금융기관 부실채권 처리문제와 맞물려 증시마저 하락세를 지속함으로써 「3월 위기설」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경제불안은 또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국가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제성장 둔화는 일본 기업의 수출 의존도를 높이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 해외시장에서 국내기업들과의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지며 엔화약세까지 가세하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또 일본 금융기관들이 해외자금의 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에는 외환관리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 일본과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얽혀 있는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의 불안조짐이 얼마만큼 큰 부담으로 밀려들지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구조조정 마무리(2월말)에 대한 정부의 공식입장 표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외국의 투자 및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은 그다지 고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1월중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1% 상승해 5개월 만에 처음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를 한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종료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1월중 산업생산 증가가 반도체 부문의 생산증가(13.6%)에 크게 힘입은 것으로 평가하면서, 그러나 반도체 부문의 재고가 21.3%나 급증했다는 데 주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체 제조업 재고도 전월보다 1%, 전년동월대비 16.5% 증가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리고 미국의 경기향방에 따라 한국경제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국제경제 환경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은 자칫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경제위기에 대비할 때라는 생각이다. 외환보유고 등 여러 측면에서 지난 97년 IMF 환란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하지만 심상치않은 국제경제의 움직임이 언제 태풍으로 변해 한반도를 강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의 허리띠 조이기와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바닥 다지기가 다시 한번 요구된다. 나스닥이 떨어져도 코스닥이 오르면 마치 미국경제와 차별화된 것처럼 고무되는 분위기는 대단히 위험스럽다.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으로 투자시장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인다고 해서 사업확장에 나서는 등 들떠서는 더욱 곤란하다. 해외시장 개척도 실적을 올리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그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실력 다지기에 더 몰두해야 할 때다. 이와 함께 경기회복을 위해 예산을 조기투입하고 금리인하 정책에 연연하다가 자칫 일본식 장기침체의 터널로 빠져들지나 않을지 다시 한번 숙고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