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벤처기업의 산실로 정보기술(IT) 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진원지, 미국 실리콘밸리. 전자신문은 지난해 2월부터 미국 스탠퍼드대 교환교수로 현지에 체류중인 정보통신 전문교수인 숭실대 컴퓨터학부 오해석 교수의 「실리콘밸리 탐험」 시리즈를 모두 9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오 교수는 벤처의 메카에서 보고 느낀 생생한 경험담과 세계적인 벤처비즈니스의 동향 등은 물론 국내 벤처기업가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생생한 벤처 역사의 현장인 실리콘밸리에서 전해오는 오 교수의 리포트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기 몇일전 실리콘밸리는 전례없이 제한송전사태가 벌어졌다. 세계 하이테키(하이테크기업)들이 가고 싶어하고 최첨단기업 7000여개사가 생존경쟁을 벌이는 실리콘밸리가 한때 정전으로 통신대란을 겪은 것이다.
사실 실리콘밸리의 전력부족은 오래전부터 예측돼 왔다. 팰러앨토의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건물에서 사용하는 하루 전기소모량이 수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2600만와트에 달한다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캘리포니아 주정부도 전력부족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해법을 강구해 왔던 터다. 왜 클린턴이 부시에게 바통 터치하려는 순간 제한송전되는 일이 벌어졌을까. 현지 호사가들 사이에는 『드디어 실리콘밸리 해체가 시작되는구나』하는 억측까지 나돌았다.
작년 11월 미 대통령 선거에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베이 지역에서 유권자 64.3%가 고어 편을 들었고, 29.8%만 부시를 지지했다. 더 좁혀 보면 실리콘밸리의 중심지 중인 샌타클래라 카운티에서도 고어 지지율이 61%로 부시 지지율 34.2%보다 약 2배 가까이 높았다.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작년 대선에 지원된 소프트머니(정치헌금)가 워싱턴 DC, 뉴욕, LA에 이어 4번째로 많은 2900만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시 대통령도 이 지역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 첫 실행이 제한송전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실리콘밸리에서 표를 다발로 얻어간 고어는 부통령 시절 정보고속도로를 제창한 주역이지만 이보다 고어의 이름 뒤에 인터넷 대명사인 고어 닷컴(gore.com)이 붙어 있는 것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조차 인터넷이니 정보기술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정보라는 단어가 한자도 들어 있지 않았다. 상대 후보가 인터넷의 전도사처럼 활동했기 때문에 복제하기 싫어 의도적으로 멀리 했을 수도 있으나 21세기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직전 자신이 주지사를 했던 텍사스주에서 기업인들과 이틀간에 걸쳐 대화의 장을 가진 적이 있다. 행사 둘쨋날에는 하이테크 기업인으로 지도자급 17명과 대화의 시간을 진지하게 가졌다고 한다. 대화의 주제는 침체된 하이테크 산업 진흥방안이었지만 실제 대화내용은 교육개혁과 세금감면이었다고 한다. 기업인들이 부시 대통령에게 부탁한 것은 백악관에 하이테크 담당 특별기구를 설치해 달라는 주문. 물론 「예스(yes)」의 답을 얻어 내지는 못했지만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시스코 회장, 델컴퓨터 회장 등 참석자들이 대부분 그 날의 모임이 유익했다고 아부성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 등장에 하이테크 기업인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나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 하이테크 산업 지도자들이 이처럼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실리콘밸리내에 정치 지진의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닷컴의 몰락」 「주가의 폭락」 「지지 후보의 탈락」이라는 3락의 악재에다 신정부 출범과 함께 등장한 「실리콘밸리는 분해될 것인가, 침몰될 것인가」하는 의구심들이 이를 대변한다.
물론 위기감을 느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소위 로비를 담당하는 기구인 테크넷(technet)을 통해 로비 총력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실리콘밸리의 경우 세계가 주목하는 첨단 기술과 디지털 경제의 중심지이며 세계의 고급 두뇌가 집결된 세계의 첨단 거점이라는 점을 내세워 존재의 당위성을 강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실리콘밸리의 간판인 돈다발을 흔들며 부시 정부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부시 취임식 축하행사를 별도로 개최한 것은 물론 취임 축하행사 자금을 적극 지원하고, 고액의 참가비를 내고 대거 취임식에 참가하는 충성심까지 과시했다.
정말 부시 정부는 실리콘밸리를 해체할 것인가. 백악관과 가까운 동부 128지역을 대타로 키울 것인가. 결론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재선 전략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다. 실리콘밸리 6개 기업의 주식을 소유한 체니 부통령이 바로 옆자리에 있고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거물급 인사 중 부시를 지원한 인물이 많다. 또 캘리포니아주는 최대의 표밭이고, 실리콘밸리는 최대의 돈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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