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경찰청 교통관제시스템 사업 어떻게 진행되나

해외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 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 경찰청 교통관제시스템 사업에 대한 국내 SI업계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8월부터 사우디 교통관제시스템 사업 참가를 준비해온 LGEDS시스템의 한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가 교통관제시스템 도입에 대한 정확한 마스트플랜을 아직 수립하지 못한 상태여서 정확한 사업 내용과 규모는 알 수 없으며 빠르면 오는 6월께 컨설팅 및 정보화전략수립(ISP)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국내업체의 수주가능성에 대해 LGEDS측은 『한국 교통정보시스템(ITS)에 대한 사우디 현지 만족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긴 하지만 실제 사업이 발주되지도 않았고 사업추진 주체인 사우디 경찰청과는 어떠한 계약이나 유사한 서류를 교환한 적이 없어 본사업이 발주되고 수주전이 치러질 때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기본 입장만을 강조했다.

알-라지 주한 사우디 대사도 『세계 업체들간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저렴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국가 인프라 투자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방향』이라고 말했다.

◇확정되지 않은 사업 내용 〓 교통관제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주한 사우디 대사의 인터뷰 내용 등을 감안할 때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찰청이 관련 정보시스템의 도입을 추진중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사우디 경찰청이 마스터플랜 수립에 필요한 기술현황 파악을 완료하는 오는 6월께면 국가 교통정보시스템(ITS)사업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내용이 수립되고 컨설팅 수행업체와 본사업 수행국가에 대한 선정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규모도 ITS 프로젝트 추진 방식과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정확한 추정은 힘들다. 다만 SI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석유로 많은 돈을 버는 나라지만 국가 ITS사업 전체를 일괄 발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사우디아라비아로는 처음 추진하는 ITS사업인 만큼 최초 발주는 단순 컨설팅 수준의 소규모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고 여기에 1차 시범사업을 포함하더라도 수천만달러 수준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다른 국가의 경쟁 업체보다도 한발 앞서 움직인 LGEDS측도 『사업계획이 아직 수립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컨설팅 작업도 진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규모를 발주자보다 앞서 추정하는 것은 회사 존폐를 거는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6개월 가까운 물밑작업 과정에서도 이번 프로젝트의 규모나 액수에 대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측과 어떤 의견도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예측할 수 없는 경쟁 상황 〓 사우디아라비아 경찰청이 사업을 발주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래의 경쟁관계를 예상하는 것도 무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사우디 경찰청이 방문하는 스웨덴·오스트리아·아르헨티나·한국·미국·일본·프랑스 등 7개 국가와 사우디 현지 에이전시 업체간 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추측만이 가능하다. 각 국가별로 어떤 업체들이 사업참가를 준비중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조차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LGEDS시스템은 본사업을 발주할 사우디 경찰청이 아닌 현지 에이전시업체 가운데 하나인 유니버설코퍼레이션과 컨소시엄 구성에 관한 가계약만을 체결한 상태다. 말하자면 앞으로 치러질 사우디 ITS사업 수주전에서 유니버설코퍼레이션과 운명을 같이 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최근에 한국을 방문했던 사우디 경찰청 관계자들이 국내 ITS시스템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고 현지 에이전시인 유니버설코퍼레이션의 사업수행 능력도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 향후 치러질 수주전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LGEDS측의 조심스런 기대다.

하지만 LGEDS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국내의 다른 경쟁 SI업체들이 이번 사우디 ITS사업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해외 시장에서의 국내 업체간 과당 경쟁을 가장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내업체 수주 가능성 〓 사우디아라비아 경찰청이 ITS사업 추진 계획을 어떤 형태로 수립하느냐에 달렸다.

만약 사우디 정부가 ITS사업에 대한 정확한 기술방식을 결정하지 못하고 국가별로 사업 계획서를 받아 수행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의 경쟁 입찰을 실시한다며 7개국 참가 업체간의 치열한 수주 경쟁도 불가피해진다. 이러한 경쟁 입찰의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국내와는 다른(?) 해외 프로젝트 수주전의 특징이다.

하지만 LGEDS는 이미 지난해 8월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인 솔로몬IT로부터 사우디 경찰청 사업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곧바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11월에 현지를 방문했으며 보유 솔루션에 대한 시연회까지 여는 등 치열한 물밑작업을 벌여왔다.

따라서 사우디 경찰청이 유럽이나 미국 방식을 버리고 한국형 ITS를 표준 시스템으로 채택한다면 수의계약 형태로도 사업이 진행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LGEDS를 중심으로 한 국내 컨소시엄이 본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한국형 ITS를 제시한 현지 에이전시인 유니버설코퍼레이션이 ITS사업 추진 대행기관으로 먼저 선정되고 이 회사와 LGEDS간의 가계약에 따라 국내 컨소시엄은 본사업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국내 컨소시엄에 참가한 PDA업체 가운데 하나가 현지 에이전시와 가계약 관계를 과장해 사우디 수출 가능성을 서둘러 발표함으로써 전체 사우디 교통관제시스템 수주로까지 와전됐다는 것이 LGEDS측의 설명이다.

한편 국내업체의 수주 가능성에 대해 알-라지 주한 사우디 대사는 『최근 이뤄진 사우디 경찰청 관계자들의 한국 방문은 업체 초청에 따른 비공식 방문인 관계로 어떠한 구체적인 계약이 체결됐다는 보고는 아직 없었다』고 전제하며 『하지만 사우디의 보수적인 사업성향을 고려할 때 한국을 직접 방문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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