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나 업무용 건물 등 수요밀집 지역에 초고속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중반 상용화된 광가입자망 장비(FLC-C)가 도입된 지 1년도 안돼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한화/정보통신 등 국내 FLC 개발업체들은 당초 올해 한국통신에서 40여만회선의 광가입자망 장비를 구매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국통신의 사전 수요조사 결과 올해 수요량은 예상치의 4분의 1 수준인 11만회선에 머물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수백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FLC를 개발해온 국내 장비 제조업체들의 매출 감소는 물론 납품업체들의 피해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광가입자망 장비란
광입자망 장비는 일반전화는 물론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종합정보통신망(ISDN)·고속데이터 등 다양한 통신환경을 수용하기 위해 개발한 대용량 광가입자 전송장비다.
한국통신은 지난 96년부터 삼성전자·삼우·한화/정보통신 등과 개발에 착수, 지난해 하반기에 FLC-C타입을 상용화했으며 이에 앞서 중소용량 광가입자 장비인 FLC-D 제품을 지난 99년 9월 상용화했다. 한국통신은 지난해 총 23만회선 규모의 광가입자망 장비를 구매했다.
광가입자망 장비는 광통신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송거리에 따라 성능이 저하되는 DSLAM과 달리 전송거리에 제한없이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관리시스템(FMS)을 단일화해 대규모 망 구축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경쟁력이 없다
한국통신 측은 올해 광가입자망 장비 수요 조사가 예상보다 저조한 데 대해 이미 경쟁사에서 광가입자망 장비나 DSLAM 등을 대형 수요처 통신실에 설치, 한국통신의 광가입자망 장비를 설치할 공간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계획보다 4, 5개월 개발이 지연돼 경쟁사들에 비해 시장 진입이 늦었다』며 『이에 따라 전화국에 직접 설치하는 DSLAM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경쟁제품인 DSLAM이 경쟁과열로 가격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데 비해 광가입자망 장비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고가라는 점도 한국통신이 구매를 주저하는 요인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DSLAM 회선당 단가가 40만원이었던 데 비해 FLC는 70만원 선에서 구매가격이 형성됐다.
한국통신은 이 같은 DSLAM 우선 구매 전략이 당장은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어도 그동안 추구해온 FTTO(Fiber To The Office)는 물론 각 가정까지 광통신망을 연결하는 FTTH(Fiber To The Home) 등 차세대 통신망 진화 전략에 차질을 줄 것으로 예상,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장비업체 피해
한화/정보통신의 한 관계자는 『올해 구매 규모가 지난해 재고를 소진하는 데 불과하다』며 『납품업체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FLC-D타입을 납품해온 LG전자도 ISDN 모듈 등 상당 규모의 재고를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통신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지난 99년 말에 한국통신이 올해 예상치로 제시한 구매수량은 46만회선이었다』며 『한국통신에서도 일정부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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