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출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
1982년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 석사
1988년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 박사
2000년∼현재 광운대 디지털경영연구소 소장
2000년∼한국경영정보원(KOBIG) 원장
◇ 문제는 무형자산이다=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지난 3년 동안 30대 대기업 가운데 14개가 파산하거나 경영주가 바뀌었다.
그 원인으로 차입금에 의한 문어발식 확장, 전근대적 지배구조가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차입경영이나 황제경영에 기업실패의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이다. 아무리 차입금이 많고 독단적으로 경영하더라도 핵심역량을 지니고 우수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면 기업은 성장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곤경은 바로 기술개발, 인력양성, 지식축적과 같은 무형자산을 통한 가치창출에 노력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기업들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인력감축이나 부채축소와 같은 고전적인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문제의 초점에서 벗어난 잘못된 치료다.
우리 기업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기술, 지식, 브랜드, 이미지 등의 무형자산을 갖추는 것이다. 무형자산을 통한 가치증식만이 디지털 경제시대에서 기업이 살아남는 길이다.
◇ 디지털 경제와 무형자산=과거 한강의 기적을 다룬 TV 프로그램들을 보면 반드시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다.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용광로에서 쏟아지는 쇳물, 자동차 회사의 조립라인 등이다. 중후장대한 장치산업이 곧 우리 경제 발전의 표상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기업은 전혀 다르다.
회사의 주소보다는 도메인 네임이 더 가치가 있으며 회사의 건물보다는 홈페이지가 더 중요하다. 소니의 창업자인 모리타 아키오는 미래기업은 이름만 존재하고 외형은 없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모습은 더이상 미래기업이 아니라 바로 오늘의 기업이다.
다수의 협업도 중요하지만 소수의 창조적인 작업이 엄청난 부를 창출하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에서 기업가치는 다음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기업가치의 원천은 자본이나 설비와 같은 유형자산이 아니라 지식이나 기술 등의 무형자산이다.
둘째, 기업가치의 변화는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추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불연속적이며 급격한 상승이나 하락을 보인다.
셋째, 기업가치의 측정은 재무제표에 나타난 정량적 실적보다는 정성적인 요인과 미래기회의 활용력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 브랜드 가치 순위가 변하고 있다=인터브랜드는 전세계의 유명 브랜드에 대한 가치를 측정, 지난해 6월말 현재 10억달러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75개를 발표했다.
코카콜라가 725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으며 MS 윈도, IBM, 인텔, 노키아 순으로 기술주가 자리잡고 있다.
이를 전년과 대비해 보면 코카콜라는 13% 하락한 반면에 MS 윈도는 24% 증가해 가까운 장래에 순위가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인터넷 기업들의 성장률이 두드러져서 38위인 야후는 258%, 48위인 아마존은 233%의 성장을 보였다.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삼성이 처음으로 순위에 진입하면서 43위(52억 달러)를 차지했다. 삼성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무선부문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2억달러의 마케팅 비용을 투자한 바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터브랜드의 마틴 스트로 회장은 브랜드를 기업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 브랜드 파워를 경제적 가치로 전환시키는 작업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라고 말했다. 이 말은 단지 브랜드 뿐만 아니라 모든 무형자산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 무형자산의 가치평가=무형자산의 유형은 지적 자산, 시장 자산, 인적 자산으로 구별할 수 있다.
지적 자산은 법률로 보호받는 특허권, 상표권과 그 외에 기업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나 경영 노하우 등이 해당된다.
시장 자산은 고객이나 거래처와 관련해 형성되는 것으로써 브랜드, 이미지, 유통채널 등이 포함된다.
인적 자산은 최고경영자의 역량, 조직문화, 종업원 사기 등을 말한다.
무형자산의 가치는 어떻게 알 수 있나?
첫째, 대차대조표의 무형자산 항목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대차대조표에 나와 있는 광업권, 영업권 등은 무형자산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또 기업회계기준은 보수성과 객관성을 강조해서 대가를 지불하고 구입한 경우에만 계정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서 미래가치와는 무관하다.
둘째, 주가를 이용해 측정하는 것이다. 주가는 수많은 투자자가 경쟁적으로 기업의 미래를 평가한 결과다. 주가에 발행주식수를 곱하면 시장에서 평가받는 자기자본의 시가총액을 알 수 있다. 이 시가총액에서 장부상의 순자산가치를 차감한 금액을 무형자산의 가치로 볼 수 있다. 이 방법은 무형자산 전체에 대해서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셋째, 무형자산의 가치요소를 찾아 추정하는 방법이다. 추정방법에는 비용접근법, 시장접근법, 수익접근법이 있다.
◇ 주식가치를 이용한 평가=표2는 거래소와 코스닥의 시가총액 10대 기업에 대한 가치척도 비교다. 시가총액은 2001년 1월 26일의 종가를 기준으로 선정했으며 금융업과 2000년에 상장된 기업은 제외했다.
ME/BE는 자기자본의 시장가치를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다. 시장가치는 1999년중 최고주가와 최저주가의 평균에 발행주식수를 곱해 계산한 것이고 장부가치는 1999년 대차대조표의 순자산이다.
ME/BE 값이 클수록 무형자산의 가치가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EPS는 지난 1999년의 주당순이익이다. 거래소 기업에 비해 코스닥 기업의 ME/BE 값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코스닥 기업이 기술, 인적자원, 미래 성장성 등에 더욱 많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EPS는 가치평가의 척도로써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 가치평가 모형의 종류=수익접근법(income approach)은 무형자산이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방법이다.
구체적인 형태로는 미래의 배당이나 이익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현금흐름할인모형, PER나 PSR와 같은 지표를 이용하는 승수모형,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기계적으로 결합하는 본질가치모형 등이 있다.
현금흐름할인모형은 미래 수익의 크기, 발생기간, 위험, 할인율 등을 추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승수모형은 정상적 이익을 정의하기 어렵고 산업평균이 과연 적절한 비교기준이 되는가의 문제가 있다. 본질가치모형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사이의 가중치 선정이 자의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공모가(IPO)의 산정에 주로 이용되는데 수익가치 계산시에 할인율을 무조건 정기예금 금리의 1.5배로 적용하는 문제가 있다.
비용접근법(cost approach)은 자산을 획득하기까지 투입된 비용을 합산해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현재까지 투입된 비용을 구별할 수 있으며 그 소요액이 적절한지가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 무형자산의 경우에는 투입된 비용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투하된 비용과 무형자산의 가치는 별개인 경우가 많다.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1억원이 소요됐다고 해서 그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1억원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장접근법(market approach)은 시장에서 이뤄진 거래 사례를 이용해 평가하는 방법으로 거래사례비교법과 주식가격비교법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유사한 자산의 거래사례를 가지고 추정하는 방법이며, 후자는 유사한 자산을 보유한 기업의 주식가격을 가지고 판단하는 방법이다.
거래사례비교법을 이용하려면 독립적인 주체간에 공정하게 거래된 사례의 세밀한 자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이러한 자료는 기밀적 요소가 많아서 쉽게 구할 수 없다. 주식가격비교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해당기업이 여러 종류의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분석대상자산이 해당기업의 핵심자산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무형자산의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서 세 가지 모형 중에서 어느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는 자산의 성격과 평가목적에 따라 다르다. 표3에 항목별 우선순위가 나와 있다.
◇ 가치평가모형의 이용=2000년 코스닥시장은 하락률 79.5%로 세계 1위의 불명예를 차지했다. 연초 「묻지마 투자」 열풍과 함께 급등했다가 바닥을 모르는 추락을 경험한 것이다.
수많은 벤처기업이 몰락하는 과정에서 과연 벤처기업의 가치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화두가 던져졌다.
일차적 반응은 아무리 벤처기업이라도 수익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의 수익이란 보수적으로 추정가능한 미래의 현금흐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전통적인 기업가치평가 모형이 무형자산의 비중이 큰 벤처기업에도 타당한가를 다시 봐야 한다.
가치평가는 많은 가정과 추정을 이용하는 매우 불확실한 작업이다. 가치평가는 예언이 아니다. 가치평가는 현실적으로 이용 가능한 자료를 활용해 미래의 모습을 납득할 만한 범위로 축소해 보는 것이다.
특히 무형자산의 가치를 어떤 하나의 값으로 단정짓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가치평가모형에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은 어느 하나도 정확하지 않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적절한 가치의 범위를 추정하는 것이 올바른 가치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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