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한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키로 한 것은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내 업체들의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국의 이동전화 시장에서 외국산은 상당기간 발을 붙이지 못했다. 지난 90년대 한때 미국의 모토로라가 한국 시장을 거의 독점한 바 있다. 그렇지만 그후 우리 업체들이 새로운 기능을 가진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실지를 대부분 회복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인 이동전화 생산기지로 성장했다. 이렇게 된 데는 안정된 내수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노키아가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면 사정은 달리질 수 있다. 내수가 잠식되기 시작하면 많은 국내 생산업체들이 큰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다. 이동전화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단말기 수출 부진이 국내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같은 결과가 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키아의 국내 시장 진출에 철저히 대비하는 일이 긴요하다. 우선 노키아가 과연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할 것이냐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는 측도 있지만 세계 이동전화 시장 판도를 볼 때 진출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노키아의 올리라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연초에 『주당 0.19유로인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판매량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1억2800만대를 판매한 노키아는 올해 무려 5억∼5억5000만대 판매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이든 시장만 있으면 달려갈 마음이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한국 시장은 아시아에서 비교적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니 노키아가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노키아가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 과연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칠 것이냐가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노키아는 지난 4·4분기에 21.3%의 영업이익을 남겼는데 같은 기간에 세계 2위 업체인 모토로라가 2.1%를 올렸고, 3위인 에릭슨은 74%의 적자를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그 경쟁력은 엄청나게 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평균 20%의 영업수익을 올리는 노키아가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초기에 수익 중 일부를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에 추가시킨다면 국내 업체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국내 이동전화 생산업체들은 노키아의 한국 진출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이뤄질 수도 있는 점을 감안,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해야겠다. 이미 스웨덴의 에릭슨은 지난해 26억달러의 적자를 내고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올해 사업이 불투명해 보이자 자체 생산까지 포기한 상태다. 노키아도 올해 외주 생산비율을 10%포인트 높여 20%로 계획하고 있다. 전세계 이동전화업체들은 이미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내부적으로 혁신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도 이번 노키아의 국내 진출을 계기로 개발에서 생산·판매에 이르는 각 부문을 다시 한 번 검토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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