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7회-정보사회 「아줌마 세대」

TV 광고 중 「아줌마가 바로서야 나라경제가 산다」는 카피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카피는 세상의 절반인 여성, 특히 가정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주부들의 역할과 중요성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나라 경제에서 아줌마의 역할이 결코 만만치 않듯 우리 사회의 정보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주부들의 정보화 수준도 당연히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주부들은 사회 생활을 하는 대다수 남자들과 커리어 우먼에 비해 컴퓨터와 인터넷을 다룰 기회가 적은 것이 엄연한 사실.

이로 인해 주부들은 개인적으로는 급변하는 사회 환경 및 정보시대에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정보격차 현상을 심화시키는 문제를 야기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민간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주부를 대상으로 무료 혹은 저렴한 정보화 교육 프로그램을 잇따라 마련, 시행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최근 들어 아줌마들의 정보화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월 「주부인터넷교실」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난 3월부터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교육 시작 당시 수강신청이 쇄도해 일부 학원에서는 새벽 5시부터 주부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발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 프로그램을 통해 40만명의 주부가 교육을 받았으며 올해도 약 40만명의 주부에게 인터넷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통부는 또 지난해 교육방송과 함께 「엄마도 네티즌」이라는 프로그램을 50회에 걸쳐 방영, 20여만명에게 방송강의를 제공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민인터넷 교실」을 개설, 주부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개별적으로 실시했다. 정통부에 따르면 약 100여만명이 교육을 받았으며 이중 70% 정도가 주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민간단체들도 주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교육을 제공했다. 사이버아파트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은 주부들을 자사의 고정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주부를 대상으로 한 무료 인터넷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각종 대형 할인매장에서도 주부 고객의 편의를 위해 매장에 인터넷 공간을 설치하고 교육 및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부 대상 교육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주부들의 정보화도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99년 5월 1.8%이던 주부 인터넷 이용률

이 지난해 12월에는 19.6%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프로그램의 내용도 대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주부인터넷교실」의 경우 수료자중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 정도가 대체로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교육내용이 자녀교육과 취미생활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점도 드러났다. 「주부인터넷교실」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하반기 들면서 수강생이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에 상반기 만큼 홍보를 하지 않은 데다 교육사업 주체가 다양해 산만해졌기 때문이다.

후속프로그램 부족도 문제다. 지난해 열린 제2회 주부인터넷챔피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강미해 주부(39)는 『주부인터넷교실 교육기간이 한달에 불과해 홈페이지 제작 등 중급과정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도시에 사는 주부와 농촌에 사는 주부간 교육 혜택의 불균형도 문제로 지적됐다. 주부 대상의 정보화 교육은 오히려 이같은 소외지역에서 더욱 절실하나 지원도 미흡하고 참여도 또한 낮다.

주부 대상 정보화교육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1년도 안된 기간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1년간 나타난 교육효과와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 개선책을 마련하고 이를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경제 주체이자 자녀교육의 1차적 책임자인 아줌마들의 파워는 막강하다. 하지만 이들의 정보파워는 남성과 커리어 우먼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미약하다.

「아줌마도 할 수 있다」는 자각과 「나도 한번 배워보자」라는 긍정적 사고방식을 갖는 아줌마들이 늘어나고 정부와 지자체 등의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이 조화를 이룰 때 아줌마들은 정보격차의 피해자에서 오히려 정보격차를 주도적으로 해소하는 일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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