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인터넷정보가전의 전략적 대응

LG전자 정병철 사장(bcjung@lge.com)

세상이 인터넷의 물결로 넘실대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어느새 인터넷이 우리 생활의 중심에 들어와버린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때 「인터넷정보가전」이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인터넷이 세상의 중심에 서서, 심지어는 사회의 구조와 사람들의 생활양식까지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에 기반을 둔 새로운 생활문화를 창조할 인터넷정보가전의 등장은 필연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정보가전이란 백색가전·AV기기·정보통신기기 등 디지털 가전제품이 디지털방송망, 초고속 유무선통신망, 홈네트워크로 연결되고 각종 방송 및 인터넷 콘텐츠와 하나로 융합된 제품과 서비스를 총칭한다.

인터넷정보가전의 등장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가정이 새로운 정보화시장으로 형성되고, 백색가전이 디지털화·네트워크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며, 신개념의 제품개발과 콘텐츠 서비스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발전을 촉진한다.

또 컴퓨터·통신·방송과 가전 및 서비스가 융합되면서 국가산업의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전자상거래·온라인게임·멀티미디어정보서비스가 활성화돼 모든 국민이 편리한 생활과 풍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정보가전은 연평균 15%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면서 2005년이면 36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만 보더라도 2004년이면 전체 정보통신산업의 4분의 1에 이르는 50조원 규모로, GDP의 3% 정도를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정보가전 시장이 이처럼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은 오랫동안 전자산업의 후발국으로서 항상 「추격자」의 입장이었던 우리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야흐로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나설 수 있는 중대한 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광전송 및 액세스기술, 이동통신기술 등 통신망 전반에 대한 시스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또 백색가전은 이미 세계 정상급에 다다랐고 디지털TV, 인터넷 세트톱박스, 유무선 단말기 등 여러 분야에서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국내 인터넷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고도의 정보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는 점도 인터넷정보가전의 발전에 큰 밑거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정보가전의 성장은 우리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핵심기술에서 부족함이 많다. 정보통신용 ASIC 등 핵심칩의 상당 부분을 외국에서 도입하는 실정이고 소프트웨어, 온라인 정보서비스, 표준화 등의 기반기술도 미흡하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속도만큼 인터넷정보가전의 성장도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속도에 맞춰 이미 세계 여러 나라의 유수한 기업들이 홈네트워크, 정보가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관한 다양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활동중이다.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들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며, 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도 잇따라 수립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도 정부·기업·기관의 긴밀한 협력체제가 절실하다. 다행히 지난해 5월 인터넷정보가전산업협의회가 발족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상태다. 표준화 포럼을 결성해 활동중이며, 첨단 기반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기술의 공동개발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같은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서 핵심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신규시장을 확보하는 한편 표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등 전략적인 대응체제를 갖춰야 한다.

특히 정부는 관련 법규와 제도를 정비하고 네트워크 및 관련 장비,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인증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현재 진행중인 디지털TV방송의 시험방송을 확대해 인터넷정보가전산업의 확산을 촉진하고 조기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정보가전은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산업이며 동시에 국가 정보인프라의 확충과 국민복지의 향상이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산업이다. 길고 넓게 내다보고 서둘러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