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게임개발사 가운데 블리자드(http://www.blizzard.com)라는 업체가 있다. 지난 90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 직원이 200명에 불과하다. 사세 규모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기준으로 벤처기업이나 전문업체 수준이다.
하지만 이 업체는 세계 게임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특히 연간 26억달러 규모인 PC패키지게임 분야에서 블리자드는 말 그대로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200여명 수준인 블리자드가 3조억원에 달하는 세계 PC 시장에서 최강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이 회사가 세계적인 히트작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를 스타덤에 오르게 만든 작품은 「워크래프트」라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94년 1편(orcs and humans)과 96년 2편(tides of darkness)을 합쳐 전세계적으로 250만장이 팔렸다. 이를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게임 타이틀의 평균 가격(30달러)으로 환산하면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게임 시리즈로 900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또한 블리자드는 지난 98년 「스타크래프트」를 출시해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450만장(확장팩 브루드워 포함)을 판매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6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디아블로」는 1편과 2편을 합쳐 900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하반기 출시될 「워크래프트3」의 예상 판매량(300만장)까지 합칠 경우 블리자드는 최근 10년 동안 △스타크래프트 1600억원 △디아블로 1080억원 △워크래프트 2000억원 등 총 4600억원 정도를 벌어들인 것인 것으로 파악된다.
블리자드의 경우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세계 게임시장에서는 타이틀당 수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게임 타이틀이 매년 수십종씩 쏟아지고 있다. 표1 참조
이처럼 게임산업은 타이틀 하나만 잘 만들면 순식간에 수백억원은 물론 몇 천억원대의 거액을 거머쥘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로 자리잡고 있어 선진 각국의 선발업체들이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성장성이 높은 PC게임은 미국과 유럽 등지의 메이저업체들이 전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표2 참조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시장조사기관의 보고서를 아무리 뒤져도 한국이 가까운 미래에 세계 게임 시장의 선진국으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은 찾기 힘들다. 국내 게임산업이 최근 몇 년 동안 고도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여전히 후진국이다. 실제로 국내 게임시장은 세계 시장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PC게임시장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1400억원 정도로 26억6500만달러 정도인 세계 시장의 4.3% 정도에 해당한다.
그나마 세계 공룡 메이저들이 배급하는 외산 게임들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우리나라는 해외 수출은 고사하고 내수시장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국내 게임산업의 본류격인 PC패키지 시장에서는 지금도 「디아블로2」 「레드얼럿2」 「피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레인보우 식스」와 같은 외산 게임들이 게이머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국산 게임의 국제 경쟁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는 점에 대부분 동의한다. 최근 몇 년 동안의 기술 축적과 정부 지원, 벤처투자 열풍에 따른 풍부한 자금력 등을 바탕으로 일부 업체는 해외 업체와 당당히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게임 개발 능력이 미국이나 일본·유럽 국가들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데다 제작비나 인건비 등이 미국·일본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충분한 해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
다만 기획력과 마케팅·자금력 등에 있어 세계적인 수준에 비해 뒤떨어져 이 부문만 보강하면 한국 내 벤처 열풍과 맞물려 제2의 블리자드가 한국에서도 탄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게임이 문화 콘텐츠의 하나인 만큼 영화·음악·캐릭터 등 다른 문화산업계와 공동으로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게임업체들이 대부분 벤처기업인 만큼 게임기획단계에서 국내외 관련업체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공동으로 대작을 제작하는 프로젝트 투자도 좋은 방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지원센터의 성제환 소장은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예를 보면 쉬리가 국산 블록버스터로서 성공을 거두면서 속속 대작들이 제작되는 등 국산 영화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며 『게임 분야에서도 쉬리와 같은 국산 성공작이 출현할 여건은 이미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표 1> PC게임 베스트 20 (1999년 미국시장 기준, 단위 : 달러, 개)
타이틀명=배급사=평균판매가=판매량=판매금액
롤러 코스트 타이쿤=하스브로=27=719,538=19,670,530
심시티 3000=EA=41=645,049=26,250,481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디즈니 인터액티브=19=592,656=11,462,921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마이크로소프트=43=469,376=20,215,944
하프 라이프=하바스 인터액티브=37=445,123=16,677,376
씨앤씨2=EA=44=419,533=18,626,023
MS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마이크로소프트=44=395,663=17,412,925
프로거=하스브로=19=391,348=7,516,151
발더스 게이트=인터플레이 프로덕션=44=351,614=15,543,639
디어 어벤져=하바스 인터액티브=16=348,552=5,609,160
카벨라스 빅 게임 헌터2=액티비젼=18=340,101=6,269,367
레인보우 식스 골드 에디터=레드 스톰 엔터테인먼트=28=321,341=8,961,014
휠 오브 포춘=하스브로=27=315,583=8,667,246
스타크래프트 확장판:브루드워=하바스 인터액티브=25=310,695=7,803,234
TLC 레고 아일랜드=마털 인터액티브=12=309,698=3,747,355
니드 포 스피드3=EA=26=276,744=7,122,876
타이타닉:어드벤쳐 아웃 오브 타임=하바스 인터액티브=11=269,826=2,879,308
디어 헌터3=인포그램스=19=268,766=5,034,322
디어 헌터2 3D=인포그램스=16=266,021=4,231,543
스타워즈 에피소드1=루카스아트=43=251,647=1,080,7511
<표2> 세계 PC게임 시장 (단위 : 백만달러)
구분=1998년=1999년=2000년=2001년=2002년=2003년
북미=1,424.3=1,590.1=1,812.7=2,027.2=2,300.9=2,600.0
서유럽=587.0=659.4=751.7=877.4=995.9=1,123.4
아태지역=52.0=58.5=66.6=78.7=89.3=102.8
기타=27.6=30.4=34.8=42.3=46.1=54.3
합계=2,087.9=2,338.4=2,665.8=3,025.6=3,432.2=3,880.5
(출처:I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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