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 이후 지구상에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대륙은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인류는 끊임없이 새 희망을 줄 신대륙을 찾아 헤매왔고 이제 마지막 신대륙 「보이지 않는 대륙」이 우리 앞에 있다.
신대륙이 발견된 해는 198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원도 1.0버전을 출시했고 CNN이 첫방송을 했다. 또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델이 막 걸음마를 뗀 해다. 그후 이 땅덩어리는 경제적·정치적·사회적 그리고 특히 상업적 측면에서 그 어떤 구대륙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마에 겐이치는 실체는 없지만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이 미지의 경제 신대륙에 「보이지 않는 대륙」이란 이름을 붙였다.
보이지 않는 대륙은 미래의 비즈니스 세계다. 여기에는 4가지 기본적인 힘이 존재한다. 눈에 보이는 물류의 힘, 국경·관세·무역규제를 초월하는 힘,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상거래의 힘 그리고 거대한 자금이 몰려 고수익을 창출한 힘 등이다. 미래를 결정할 이 힘들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지금 기업과 국가들은 극적이고 불안정한 전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주도권 전쟁은 시장을 지배하는 세계적인 표준, 즉 「플랫폼」을 바탕으로 치러진다. 오늘날 미국의 번영은 인터넷 공식언어인 영어와 세계의 기준통화인 달러, 그리고 주식시장과 상품 거래소 등 개방된 거래공간이라는 세가지 플랫폼을 선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플랫폼의 특성은 새 플랫폼을 만들려는 사람이나 이용하려는 사람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한번 혁신에 성공하면 엄청난 인기를 바탕으로 독과점적인 성격을 띤다는 데 있다. 미래의 땅인 보이지 않는 대륙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기업은 이 신대륙의 플랫폼에 맞춰 스스로를 재편해야 한다. 그리고 최고의 기업이 되려면 새 플랫폼을 따라가는 데서 탈피해 스스로 새 플랫폼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런 플랫폼의 기준을 장악해 현재 최고의 위치에 있는 기업이 델·시스코·마이크로소프트 등이다. 이들은 급속히 성장하고 재빨리 움직이며 눈에 띄는 것은 닥치는 대로 집어 삼키는 「고질라 기업」이다. 고질라 기업들은 보이지 않는 대륙에서 네가지 힘과 플랫폼을 장악하고 좌지우지하고 있다.
저자는 이들 기업의 전략과 정부의 정책을 구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미래에는 이들 기업의 CEO가 미국 대통령이나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이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가정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그럼 이 보이지 않는 대륙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가와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우선 구대륙의 유산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와 지역 모두가 규제를 철폐하여 글로벌 경제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국가 주권을 소비자 주권으로 대체해 새로운 국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음 단계로 신대륙에서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법률제정, 재교육 강화, 사이버 인프라 및 온라인 금융 시스템의 재건 등이 그것이다. 기업적 차원에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웹 형태의 조직 개발과 조직적 차원에선 신대륙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과 언어를 습득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는 특히 미국이 이같은 흐름에 가장 가까이 있다면서 유럽이나 아시아의 제 국가들도 이같은 추세에 동참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인 오마에 겐이치는 매킨지재팬의 전 회장으로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다.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 마이클 포터 등과 함께 세계적인 경제 사상가로 평가받으며 주요저서로는 「트라이어드의 힘」 「전략가의 사고」 「국경없는 세계」 「국가의 종말」 등이 있다. 오마에 겐이치 지음, 안진환 옮김, 청림출판 펴냄, 1만3000원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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