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시장 활성화 배경 및 전망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시장 활성화가 지연돼온 기업 구조조정 시장이 올 들어 본격화할 조짐이다. 구조조정 시장 주도세력인 구조조정 전문회사와 구조조정 펀드 결성이 잇따르고 있으며 벤처캐피털과 기관투자가들까지 구조조정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머지 않아 구조조정 투자에서 「대박」이 나올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특히 공공부문에 이어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 회복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면서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외국 기관들도 한국 경제의 저력을 인정해 국내 구조조정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그야말로 구조조정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김용근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장은 이와 관련, 『최근 들어 구조조정 전문회사·펀드 등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이달 이후 구조조정 전문회사 등록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며 『정부도 이에 맞춰 펀드 결성 등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상시적인 구조조정 체제를 구축, 정책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이 적기다 ● 전문가들은 『시장 환경이나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할 때 지금이 바로 구조조정 투자의 적기』라고 잘라 말한다. 오랜 금융경색으로 좋은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계상황으로 떠밀린 유망 기업들이 널려 있는데다 주식시장 장기 침체로 기업들의 몸값이 1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투자 결정의 핵심 변수인 회수시장(exit)이 상승세로 반전하는 「터닝 포인트」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는 점도 시기적으로 구조조정 시장 활성화를 재촉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이 상승세로 급반전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유동성 장세인 현 주식시장의 활황이 불안 요인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안정적이고 빠르다 ● 일반 투자에 비해 다소 안정적이란 사실도 구조조정 시장을 살아나게 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주식투자나 2∼3년 후의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는 벤처투자와 달리 구조조정은 자금 투입-정상화(가치 제고)-투자 회수의 수순을 어느 정도 가시권에 놓고 투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다. 다만 위험성이 낮다 보니 투자 수익률은 일반 벤처투자에 비해 낮다.

특히 구조조정 투자는 미등록·비상장기업보다 거래소나 코스닥에 등록된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투자 회수가 상당히 빠른 것이 특징이다. 즉 지금같은 불투명한 금융 환경 아래서는 장기적인 고수익 창출보다는 비록 수익이 적더라도 단기에 승부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영향은 ● 구조조정 시장 활성화는 일단 자금난에 빠져 생사의 기로에선 기업들에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첨단기술을 확보하고도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과 열악한 재무구조로 부실기업 취급을 받는 정보기술(IT)기업들의 「동맥경화」를 해소하는 데 매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경색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벤처업계에도 중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시중 자금이 기업으로 유입되고 자본 시장이 살아나면 결국 벤처금융 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구조조정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이미 벤처투자 시장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시장 활성화는 또 일반 굴뚝기업의 첨단기업화를 위한 「리엔지니어링」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구조조정 전문회사나 벤처캐피털들이 미등록 IT 벤처기업을 내세워 백도어리스팅을 통한 합병후개발(A&D)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변수는 무엇인가 ● 주식 시장의 이상적인 급상승세가 우선 가장 큰 변수다. 주가상승으로 기업들의 몸값이 올라갈수록 투자자들만 부담이 커지기 때문. 이미 일부에선 구조조정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까지 교환해 놓고도 주가상승으로 사자(buyer)와 팔자(seller)의 이견 차이가 커져 마지막 단계에서 틀어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에 앞서 공공부문과 금융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들 부문의 구조조정이 기대만큼의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거나 구조조정 완료 시점이 계속 지연될 경우 주식시장은 물론 전반적인 금융경색이 또 다시 지난해 말 수준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자금은 경제환경에 민감한 단기자금 성향이 짙기 때문에 공공 및 금융부문의 구조조정 성공 여부에 따라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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