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학계를 움직이는 사람들>3회-의용생체공학학계(상)

의용생체공학은 여러 학문이 융합된 첨단 학문이다. 전자·전산·기계·물리학·화학 등 공학기술과 의학·생리학 등이 복합돼 있다. 특히 21세기 들어 전세계적으로 헬스케어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고조되면서 이러한 산업 발전의 원동력인 의용생체공학은 전세계에서 주요 학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의용생체공학이란 학문은 지난 79년에 태동, 22년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대한의용생체공학회가 지난 79년 설립된 이래 학회를 중심으로 의학계와 공학계 그리고 산업계가 유기적인 체제를 갖추고 연구 개발을 활발히 진행함으로써 가시적인 성과물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의용생체공학은 생체계측·의학영상·의료정보·치료기기·생체재료·인공장기·재활공학 등 7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생체계측기기 분야는 인체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생리적 변수를 측정하는 분야다. 특히 최근 정보기술(IT)의 발전에 힘입어 의료수요를 대체하는 새로운 진료수단의 하나인 재택진료정보시스템 또는 원격진료시스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생체신호계측기기 시장은 전세계 40억달러 규모로 전체 의료기기 가운데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0년까지 연평균 5%씩 성장해 7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생체계측기기 분야의 원로로는 현재 대한의용생체공학회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보건과학대학 의용전자공학과 윤형로 교수(52)가 손꼽힌다. 윤 교수는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지난 80년부터 심장질환 진단을 위한 생체계측기기 연구분야에 매진해 오고 있어 이 분야에서 명망이 높다. 지난 96년 연세대에 석·박사 과정을 개설하는 등 의용생체공학이란 학문을 국내에 도입·확산시켜 일천한 국내 의료기기산업을 진일보시키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특히 첨단의료기기기술혁신센터와 원주의료기기테크노파크를 운영하면서 업체에 대한 기술지원을 끊임없이 펼쳐오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김희찬 교수(42)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지난 82년부터 의용생체 공학분야에 몸담아 오고 있으며 「연구개발의 결과는 반드시 상품화로 이어져야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99년부터 재택진료로 사용되는 원격진료용 환자감시장치 개발을 위해 생체전기신호를 계측하고 이를 영상신호로 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 최근 이를 상품화해 다일정보통신에 이전했다. 김 교수는 이외에도 위전도계·기계식 인공췌장기·자기부상 원심성 혈액펌프를 위한 자기베어링 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 의료전자랩(LAB) 윤길원 박사(46)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난이도가 높은 특화기술이나 개발비가 대량으로 들어가서 중소기업들이 손대기 어려운 전자의료기기를 개발, 기술이전함으로써 중소기업들로부터 명망을 얻고 있다. 특히 혈중성분의 농도를 직접 측정하지 않고도 근외적선등 빛을 조사해 분광학적으로 헤모글로빈·혈당 등 혈중성분을 측정하는 비침습적인 혈당측정 기술과 빈혈진단기 기술 등 생체조직의 광학적 계측기술분야에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통증없는 충치치료기를 국내에서 첫 개발해 이를 상품화해 삼성전자 벤처팀에 기술이전하는 등 무통증·비침습적인 의료기기 개발을 추진중이다.

경희대학교 전자정보학부 한방시스템공학과 우응제 교수(40)도 국내에서는 손꼽히는 「산업형」 교수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심전도·환자감시장치·디지털 뇌파계·적외선체열측정기·재택 원격진료용 단말기·요실금치료기 등 여러 의료기기를 산학협동으로 개발, 닥터리·두인전자·삼성전자·도남시스템·고려정보통신·한마이크로시스템 등에 이전했다. 우 교수는 현재 센서 및 측정장치의 소형화와 무선데이터통신기술을 활용해 생체신호를 측정할 경우 환자가 활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고 자각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질병의 조기진단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박광석 교수(44)는 인간의 수면을 중심으로 뇌기능의 진단 및 현상의 객관화를 위한 연구와 생체신호 분석기술을 응용한 각종 전자의료기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디지털 수면진단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전계록 교수(48)는 동아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의료용 센서를 이용한 뇨분석 시스템에 기술개발에 주력,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환자용 침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터블 형태의 혈액가스 및 혈중 전해질 분석시스템, 혈중 전해질을 측정할 수 있는 의료용 센서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의학영상 분야는 엑스선·초음파 등을 인체에 투과하여 인체내부의 각종 정보를 필름에 담거나 모니터상에 디스플레이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의료기기는 엑스레이 촬영진단기·자기공명영상진단기(MRI)·전산화단층촬영장치(CT)·초음파영상진단기 등이 있다.

이 분야는 세계 전자의료기기 시장의 45%를 차지하며 2010년에는 2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진단시간을 단축하고 실시간으로 진단하면서 3차원 영상 구현이 가능한 다양한 영상기법들이 속속 개발돼 조기치료를 가능케 하고 있다.

의학영상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의 기술력과 연구진을 갖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조장희 박사(65·현 광주 한국과학기술원)가 우리나라 의학영상 분야의 시조로 지난 83년에 금성통신과 산학협동으로 MRI를 연구개발하면서 많은 고급인력들을 배출했다.

고려대학교 전자 및 정보공학부 오창현 교수(45)는 조 박사의 수제자 가운데 한사람으로 박사학위 과정중에 당시 세계에서 강자장(2만 가우스)을 이용한 MRI의 연구개발에 참여했으며 이를 지난 97년 메디슨과 함께 이를 실용화한 바 있다. 또 고속촬영을 위한 터보 플래시(Fast Low Angle Shot) 등 소프트웨어와 영상시퀀스를 개발했으며 현재 초고속영상기능과 생화학 분석기능을 갖춘 초고속 고자

장 3.0테스라 MRI 국산화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과 박현욱 교수(42)도 조장희 박사의 수제자로 MRI의 실용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 지난 88년부터 92년초까지 미국 워싱턴대학교 전기공학과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연구가 시작단계에 있던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의 개발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왔다. 귀국후 국내에서 실용화작업에 착수했으며 대한PACS학회 설립에 관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3차원 의료영상을 활용한 진단보조장치와 유방암 조기진단을 위한 보조진단장치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인제대학교 의용공학과 남상희 교수(45)는 영남대학교 물리학과 출신으로 방사선물리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영상진단기술 분야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엑스레이(DR)의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방사선 피폭량을 대폭 줄이고 해상도가 뛰어난 DR는 지멘스·제너럴일렉트릭(GE)도 주시하고 있는 분야로서 남 교수는 비정질 실리콘 재질의 디텍터를 LG필립스LCD와 공동 개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송태경 교수(43)는 의료영상 분야중 초음파연구에만 집중하고 있는 인물이다. 송 교수는 초음파 분야의 권위자인 한국과학기술원 박송배 교수와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초음파 분야 석학인 그린리프 교수 밑에서 수학했으며 특히 지멘스의 초음파그룹 차세대 제품 개발팀장을 거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송 교수는 메디슨과 공동으로 실시간 4차원 초음파영상진단기의 개발과 초소형 초음파영상진단기은 물론 유방암 진단 전용 초음파진단기의 개발에 참여했으며 우리나라를 초음파 영상진단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 보유국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김선일 교수(49)는 미국 드렉셀(DREXEL)대 의공학 박사 출신으로 3차원 의료영상 처리기술과 의학적 가상현실 분야의 선두주자로 지목받고 있다. 특히 김 교수는 가상현실을 이용한 정신치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가상환경을 이용한 정신치료란 환자에게 문제가 되는 상황을 가상으로 구성해 환자가 그 가상공간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환자 스스로 정신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말한다. 김 교수는 이같은 정신치료 기술외에도 가상현실을 이용한 내시경 시뮬레이션시스템 등을 연구개발하는 한편 PACS 규격의 표준화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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