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사 폐쇄 루머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던 L&H코리아는 지난 10여일간 숨가쁜 나날을 보냈다.
L&H코리아의 최상호 신임사장은 취임 후 회사 회생 방안을 모색하던 차에 지난 10일 외신 보도를 통해 「한국지사를 폐쇄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최 사장은 L&H 본사 CEO인 존 듀어든으로부터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부랴부랴 한국지사 자구 계획, 투자 현황, 재무 상태 관련자료를 준비해 재무본부장·영업본부장 등을 대동하고 12일 미국으로 건너갔다.
존 듀어든 CEO와 법정관리 관제인인 다마코, 한국지사 임원진 4명간에 금요일 오후부터 다음주 월요일까지 계속된 회의에서 최종 결정된 것은 「한국지사를 존속하겠다는 것」.
하지만 존 듀어든 CEO는 이튿날인 16일 이사회 결정에 따라 CEO에서 물러났고 현 벨기에 상원의원인 필립 보드슨이 신임 CEO로 임명됐다.
이런 변수에도 불구하고 L&H 이사회가 전임 존 듀어든 CEO의 한국지사 존속안을 인정하기로 한 것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에 어느 정도 동감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상호 신임사장은 누구 ● 헤드헌터업체를 통해 지난해 12월 중순 영입된 최상호 사장은 대학 졸업 후 줄곧 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 이사, 썬마이크로시스템즈코리아 상무, 록웰인터내셔널코리아 상무, FCI코리아 상무 등 외국계 회사를 두루 거친 인물.
서주철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한 L&H 본사가 지명했던 김동휘 대표(전 L&H코리아 부사장)가 한국지사 노조 및 내부 임직원들의 반발로 대표직을 수행하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최상호 후임 사장은 본사가 지명한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지사 구조조정을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하는 등 신임을 얻고 있다.
최 사장은 좌초 위기를 맞았던 L&H코리아를 안정궤도로 이끌어야 하는 중차대한 책임을 맡고 있으며 최근 본사로부터 한국지사 존속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강도 높은 제3차 인원 및 사업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최 사장은 우선 내달 중에 현실성 있는 사업 계획과 매출 계획을 제시할 예정이다.
◇사업 재기에 문제 없나 ● L&H코리아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1억800만달러. 하반기 매출을 포함하면 대략 1억5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난 4·4분기 이후 L&H의 위기감이 고조된 데다 경영자 경질, 한국지사 폐쇄 루머가 확산되며 계약 취소 사태가 줄을 이어 전체 매출의 3분의 2에 달하는 1억달러 가량의 계약이 파기됐다.
L&H코리아가 시급히 해결해야 될 과제는 회사 정상화보다 고객사로부터 어떻게 신뢰를 회복하느냐다. 당장 지난해 L&H코리아에 계약금을 지불하고 기술 도입을 결정했던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 회사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계약금을 돌려받고 다른 기술제공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이에 대해 L&H코리아 측은 한국지사 존속이 결정됐고 본사의 의욕적인 지원이 예상되기 때문에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신뢰는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계약 파기를 검토했던 고객사들이 한국지사 존속 결정 이후 계약 유지로 선회하고 있어 전망은 어둡지 않다는 해석이다. 또 신임 최 사장이 거품 없는 현실적인 사업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계획이어서 짧은 기간에 사업 내실화와 신뢰 회복이 이뤄진다면 재기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주철 회장에 대한 처리 문제 ● 서주철 회장은 문책성 인사로 사임, 현재 해외에 나가 있다. 지난해 L&H코리아가 본사의 파산 원인으로 간주되며 일파만파의 혼란을 불러온 후 서 회장은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최근에는 중국으로 옮겨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에는 그의 형이 의류사업을 하고 있어 체류하기 쉬운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L&H 본사는 서 회장의 금융 과실이 확인된 바 없어 형사상의 책임은 묻지 않았다. 하지만 추후 문제가 드러날 경우 서 회장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여운은 남겨둔 상태다.
서 회장은 중국 비자 만료 시기가 다가오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 반드시 한국에 다시 들어와야 하지만 아직 형사고발된 사례가 없어 출입국관리소의 제재를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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