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것이라고는 아이디어와 기술, 그리고 사람이 전부인 벤처에 종자돈을 지원, 주식상장(IPO) 등을 통해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한 벤처스타의 뒤켠에는 보통 「벤처캐피털리스트」라 불리는 전문 투자가들이 있다. 그들은 기업가치가 수억∼수십억원에 불과한 벤처를 수천억원대 회사로 키우며 「무」에서 「유」를 창조,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쥔다. 그들은 그래서 종종 「벤처연금술사」라 불린다. 역사는 짧지만 국내 벤처업계에도 유망 벤처를 골라 스타로 키우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뛰고 있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벤처를 만들어낸 실적, 이른바 「트랙레코드(track record)」에 의해 몸값이 좌우되는 벤처캐피털리스트. 냉철한 심사와 과감한 결정, 지속적인 가치제고(value creation) 노력을 거쳐 신화를 창조한 벤처캐피털리스들을 발굴, 소개한다. 편집자
「명인」이라는 개인정보관리프로그램(PIMS)으로 90년대 초·중반 소프트웨어(SW)업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피코소프트(대표 유주한).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 역시 IMF 한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 구세주로 나선 사람이 바로 한국기술투자의 박동원 이사(40)였다.
당시 한국기술투자의 전자·정보통신 투자를 전담했던 박 이사가 연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엔지니어적인 감각이 탁월하고 전문일간지 기자 생활을 거치며 몸으로 터득한 유 사장의 유연성을 높이 사 투자를 결정한 것.
박 이사는 『당시 분위기는 나라의 운명까지도 불투명해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성을 넘기 위해 회사 이름부터 피코소프트라고 지은 것에서 보듯이 유 사장의 비젼과 경영능력을 보고 1억5000만원의 투자와 5억원의 지급보증을 과감히 결정했다』고 회고한다
박 이사의 도움으로 피코소프트는 위기를 잘 넘기고 사업영역을 애플리케이션서비스제공(ASP) 분야로까지 확대하며 고성장을 거듭, 지난해 코스닥에 입성해 한창때에는 1200억원대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는 스타벤처로 올라섰다. 박 이사 역시 과감한 투자결정으로 무려 60배의 투자수익을 실현, 그의 트랙레코드 하나를 추가했다. 이것이 인연이 돼 동년배인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사이가 됐다.
피코소프트의 예에서 보듯 박 이사의 유망 벤처 발굴능력은 탁월하다. 그의 눈에 띄어 한국기술투자로부터 벤처자금을 받아 코스닥등록을 거쳐 중견 벤처로 성장한 기업만도 씨앤아이·맥시스템·인투스테크놀로지·다산인터넷·인터파크·미래케이블TV 등 10개 이상에 달한다. 이 중 21억원을 투자한 다산인터넷은 400억원 이상의 투자수익이 기대되고 있다.
올해에도 투자기업 중 10여개가 코스닥에 등록, 트랙레코드가 대거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는 무려 100억원이라는 과감한 배팅을 단행한 네이버컴을 비롯해 「스타크래프트」 신화의 주인공 한빛소프트, MPEG인코더업체인 다림비젼 등 대박이 예상되는 벤처가 수두룩하다. 박 이사는 이를 통해 현재 한국기술투자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완전히 입지를 다졌다.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이같은 시장흐름을 읽는 탁월한 감각은 그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공대를 나온 그는 지난 89년 4월 벤처캐피털(한미창투)에 입문하기까지 5년 동안 금성전기 개발팀에서 무선통신기술의 흐름을 몸으로 터득했다. 이어 지난 96년 말 지금의 한국기술투자에 입사, 본격적인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돌아서기까지 2년여 동안은 직접 벤처를 창업, 경영 실무를 체험했다. 이에 따라 박 이사는 벤처투자의 키포인트를 경영능력과 함께 그 기업이 추구하는 분야의 성장성에 두고 있다. 아무리 경영자의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다해도 비즈니스 방향이 산업 트렌드를 비켜간다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란 동반자인 벤처기업가와 함께 노력해 적은 것을 크게 만들어 나눠 갖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박 이사는 『할수만 있다면 다시 태어나도 꼭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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