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국내 게임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잘 들여다 보면 전체 산업구조가 왜곡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 규모는 8500억원 정도. 아케이드 시장이 가장 크고 PC패키지(1400억원), 온라인게임(1200억원) 순이다. 가정용 비디오 콘솔게임은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업계는 정품시장 기준으로 대략 1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게임시장은 국내의 그것과 전혀 다른 형태를 보인다. 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회장 박영화)에 따르면 2000년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아케이드 게임이 982억달러로 가장 크고 비디오게임 490억달러, PC게임 93억달러, 온라인게임 65억달러 순이다.
첫눈에 세계시장에서는 가정용 비디오게임이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하면서 아케이드 게임에 이어 두번째로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시장은 규모조차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전세계 가정용 게임기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이 국내시장에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지 파는 일본 업체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오지 않은 이유는 다름아닌 불법복제물 때문이다.
일본 업체들은 국내 게임시장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용산을 비롯한 대규모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게임타이틀이 통째로 불법복제돼 유통되는데도 업계는 물론 정부조차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처럼 불법복제는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좀먹을 뿐 아니라 전체적인 산업구조까지 왜곡시키고 있다.
지금은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국내 프로테이프산업이 정착될 80년대말과 90년대초까지 업계의 최대 이슈는 불법 비디오물 퇴치였다. 업계와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 끝에 불법복제물이 상당히 근절되고 난 이후부터 시장기능을 되찾기 시작했다.
음반시장은 아직도 불법복제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MP3를 비롯한 디지털음악 시장은 수요가 형성되기도 전에 불법복제물이 만연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전자책분야 역시 불법복제물이란 걸림돌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정부도 불법복제물이 갖고 있는 폐해를 인식하고 일찍부터 불법복제물과 전쟁을 치러왔다. 문화관광부는 상설단속단(본부장 이상희)을 편성해 강력한 불법복제
단속을 실시하고 있고 나름대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표참조
문화부는 지난해 하반기 상설 단속반원을 40명으로 대폭 늘리고 한국음반협회(음반), 한국영상협회(비디오), 한국게임제작협회(게임 개발),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아케이드 게임), 전국컴퓨터유기기구유통협의회(게임기 유통), 한국게임물유통협회(게임유통 및 가정용 게임) 등 각 업종별 단체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면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불법음반과 위변조된 아케이드 게임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한편 대국민 홍보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업종별 산하단체도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불법물의 색출에 나서는 한편 자율정화 활동도 적극 벌여 나갈 계획임을 밝히는 등 불법복제물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활동은 뚜렷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불법물의 단속에 집중될 수밖에 없고 불법물의 대다수를 이루는 저작권법상의 불법물은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법복제물의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음비게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저작권 문제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시급히 전환돼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예컨대 음반·비디오·게임·전자책 관련업체들이 중심이 돼 가칭 문화콘텐츠저작권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구성해 문화부 상설단속반과 유관단체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단속활동도 게임·MP3파일·전자책 등 디지털 콘텐츠 분야로 확대하고 최근들어 극성을 부리고 있는 온라인분야의 불법복제를 근절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책도 절실하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복제물을 퇴치하지 않고서는 산업인프라를 구축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책도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며 불법복제물에 의한 폐해를 설명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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