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인터넷 사용 예절의 결여는 발전의 저해 요소

프로야구 선수 이승엽은 얼마 전 선수협의회(선수협)에 가입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구단의 처벌은 두렵지 않지만 팬들의 비난은 감내하기 힘들었다.』 국민타자 이승엽을 선수협에 가입시키기 위한 팬들의 요구와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실력에서 한국 최고의 선수가 되기보단 인간적인 면에서 한국 최고의 선수가 돼 달라고…. 이승엽의 선수협 가입은 구단과의 불협화음 속에서 그 실체를 인정받고자 하는 선수협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것이다.

진정으로 야구를 좋아하고 선수를 사랑하는 이런 팬들의 바람은 바로 인터넷이란 엄청나고 강력한 여론몰이 수단이 있어 가능했다. 이번 이승엽 선수 사례는 인터넷과 사이버 세상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터넷이란 수단이 한 개인의 인권을 얼마나 무참히 짓밟고 마녀사냥격으로 몰고갈 수 있는지 그 치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지금은 폐쇄됐지만, 이승엽 선수가 선수협에 가입하게 된 결정적 계기이기도 했던 안티 이승엽사이트 게시판이 이승엽 선수에 대한 수많은 비난과 욕설로 도배된 적이 있었다.

근거없는 루머나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들로 인해 수많은 고뇌와 번민에 가슴 아파했을 젊은 선수의 심정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

자율성과 익명성을 전제로 한 사이버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여론의 창구가 되기 위해선 스스로의 양심과 도덕정신, 책임감이 요구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방종이 자유로서 정당화되고 거기에 익명성이라는 엄청난 보호수단을 악용하여 인신공격이나 허위사실이 유포되어 그로 인해 죄없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어야 하는 당사자들의 고통은 그 어디에도 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

최근 들어 게시물 등록을 위해 이용자 등록을 요구하는 사이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차원에서 결코 권장할 만한 일은 못되지만 사용자들의 양심과 윤리가 결여된 지금의 상황에선 고육지책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제아무리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고 생활의 중심이 되어간다 한들 사용자의 정신적 성숙이 답보내지는 퇴보만을 거듭한다면 인터넷을 통한 풍요로운 삶의 구현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할 수밖에 없으리란 생각을 가져본다.

엄태완 대구 북구 구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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