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네트워크, 한국기술투자(KTIC) 등이 주도해온 국내 벤처투자시장이 삼성벤처투자와 산은캐피탈의 급부상으로 판도가 바뀔 전망이다.
10일 본지가 KTB네트워크·산은캐피탈·삼성벤처투자·TG벤처 등 주요 신기술금융사들을 비롯해 한국기술투자·무한기술투자·LG벤처투자·스틱IT벤처투자·한국IT벤처투자·우리기술투자 등 국내 주요 10대 벤처캐피털의 올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삼성벤처투자와 산은캐피탈이 각각 1500억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0여 업체에 1473억원을 투자한 삼성벤처투자(대표 이재환)는 올해도 1000억원 이상의 투자조합을 결성, 월간 150억원 안팎의 투자기조를 꾸준히 유지하며 총 1500억원을 벤처에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은 특히 다른 벤처캐피털과 달리 철저한 조합 중심의 투자로 정보기술(IT)·바이오·엔터테인먼트·환경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 창업 2년 만에 정상급 벤처캐피털로 올라선다는 전략이다.
산은캐피탈(대표 김재실)도 지난해 1000억원 가량을 벤처투자에 할당한 데 이어 올해는 투자를 더욱 강화, 지난해보다 50% 가량 늘어난 총 15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IT에 이어 바이오, 부품·소재, 환경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과 지방벤처 발굴 및 육성에 초점을 두고 공격적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반해 그동안 벤처캐피털업계를 줄곧 이끌어온 KTB네트워크(대표 권성문)와 KTIC(대표 서갑수)는 올해 신규투자에 다소 보수적으로 대처하는 대신 기존 투자기업에 대한 사후관리와 구조조정 투자에 포인트를 둔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3117억원의 벤처투자를 단행, 경쟁업체를 압도했던 KTB네트워크는 지난해의 40% 수준에 밑도는 12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중 상반기 투자계획은 500억원. KTIC 역시 올해는 지난해 공격적인 투자패턴에서 탈피, 다소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방침이다. 투자계획은 지난해 1083억원보다 다소 줄어든 900억원.
지난해 본계정 200억원을 포함해 1100억원 가량을 투자한 무한기술투자(대표 김종민)도 지난해보다 줄어든 800∼1000억원을 올해 벤처기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무한은 그러나 현재 추진중인 웰컴기술금융과의 합병이 조기에 이루어질 경우 투자규모는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난해 적극적인 해외투자와 함께 총 661억원을 투자한 LG벤처투자(대표 김영준)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해외투자 50억원을 포함, 총 450억원으로 투자계획을 대폭 하향조정키로 했으며 TG벤처(대표 이정식)도 지난해 68개사 604억원 투자에서 올해는 400억원으로 대폭 줄일 계획이다.
국내 양대 정보통신 전문 창투사인 한국IT벤처투자(대표 안재홍)와 스틱IT벤처투자(대표 도용환)도 올해는 신규투자보다는 투자기업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신규투자는 핵심경쟁력을 갖춘 우량기업으로 특화하기로 했다. 올해 한국IT벤처투자는 지난해 800억원의 절반인 400억원, 스틱IT벤처투자는 지난해 689억원보다 다소 줄어든 650억원을 각각 투자할 계획이다.
이밖에 지난해 30여 벤처기업에 463억원을 투자한 우리기술투자(대표 곽성신)도 지난해보다 줄어든 385억원을 투자키로 하는 등 올해 벤처캐피털업체들은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대체로 양보다는 질이라는 판단 아래 다소 보수적인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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