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격화되면서 반도체 업체들이 저마다 원가혁신에 골몰하고 있다. 또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겨냥해 새로운 공정기술 개발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두가지 과제는 기술 위주의 반도체 산업 특성상 서로 맞물렸다.
따라서 상위 반도체 업체들은 신기술 선점을 통해 원가를 혁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원가혁신을 위한 기술투자 전망=반도체의 제조원가를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산성 향상이다. 바로 웨이퍼의 투입량 대비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더욱 세밀하게 설계해 한장의 웨이퍼로 많은 칩을 만드는 초미세회로 설계기술과 웨이퍼 자체를 크게 하는 기술 두가지가 있다.
인텔·삼성전자·TI·AMD·TSMC 등 주요 반도체 회사들은 지난해 0.18미크론의 초미세회로 설계기술을 라인에 적용한 데 이어 올해에는 0.15와 0.13미크론 설계기술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어느 업체가 먼저 이러한 공정기술을 안정화시키느냐에 따라 수익성은 크게 달라진다.
반도체 회사들은 공정기술의 개발과 병행해 300㎜ 웨이퍼 공장에 대해 올해부터 본격 투자할 계획이다. 300㎜ 웨이퍼는 200㎜ 웨이퍼에 비해 칩 생산량을 2.5배 이상 늘릴 수 있다.
인텔·도시바·NEC·인피니온 등 종합 반도체 회사와 TSMC·UMC 등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들은 지난해 300㎜ 웨이퍼 공장의 건설계획을 발표해 올해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TSMC 등 일부 업체는 올해 안으로 가동에 들어갈 계획. 결과가 성공적일 경우 아직 본격적인 투자를 늦추고 있는 삼성전자 등에도 확산될 전망이다.
업계는 오는 2003년께 20여개의 12인치 웨이퍼 공장이 운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예상되는 난관들=반도체 회사들은 저마다 노하우를 축적해 공정기술을 0.13미크론까지 미세화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다만 하위 업체나 기술축적 기간이 짧은 기업들은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율이 뒤따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미세공정기술을 둘러싼 중상위 업체와 하위 업체간의 기술제휴가 올해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상위 업체들로서는 기술유출의 문제점에도 불구, 신규투자가 여의치 않아 하위 업체들에 기술을 이전, 위탁생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인텔·삼성전자·IBM과 같은 기술선도 기업들이 올해에도 미세공정기술을
이끌 전망이다. 구리배선·실리콘이중막웨이퍼(SOI) 등에 대한 기술을 축적한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미세공정기술의 개발에 대한 어려움은 300㎜ 웨이퍼 생산의 그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막대한 투자비를 조달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많은 기업들이 300㎜ 웨이퍼 공장 투자를 선언했으나 그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말 닥친 불황으로 업체마다 채산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투자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만의 D램 업체들은 현지의 경제위기에 따른 자금 시장 악화로 계획대로 300㎜ 웨이퍼에 대해 투자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수요처로부터 일부 자금을 받는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들은 D램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여력이 있는 편이다.
또 300㎜ 웨이퍼 공장을 가동한다해도 적절한 수율이 나올는지도 불확실하다. 300㎜ 웨이퍼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저마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공정기술을 적용하고 있어 이를 안정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선행투자한 TSMC 등 대만 파운드리 업체가 올해 안으로 300㎜ 웨이퍼 생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올해가 300㎜ 웨이퍼 시대의 원년이 될지 또 다시 내년으로 연기될지 반도체 업계는 이들 선발기업들의 생산결과에 벌써부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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