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컴퓨터 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의 여파로 국내 컴퓨터 및 주변기기업체들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출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해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온 미국 컴퓨터 시장이 지난해 중순 이후 크게 냉각되자 그동안 국내 업체들로부터 OEM 방식으로 컴퓨터와 주변기기 등 제품을 공급 받아온 델컴퓨터·IBM·컴팩·게이트웨이·HP 등 미국의 주요 컴퓨터업체들이 OEM 물량을 크게 줄이고 있다.
이들 미국 업체들은 새해 들어 경기회복조짐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주문 물량의 추가 감축의사를 밝히고 있어 당분간 OEM 물량 감소는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들이 미국 컴퓨터업체들로부터 주문받은 OEM물량은 업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지난해 말부터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해 올 1·4분기 선적예상물량(지난해 말 주문량 기준)이 지난해 3·4분기와 4·4분기에 비해 평균 20∼3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컴퓨터업계는 국산 OEM 수출 물량의 6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예상 밖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PC 〓미국 컴퓨터 시장의 침체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품목은 PC다.
국내 IT 수출 품목 중 대표주자인 PC의 OEM 수출 감소는 바로 PC에 장착된 각종 부품과 주변기기의 수출 물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크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PC 등 컴퓨터 부문의 수출이 지난해 3·4분기까지 꾸준하게 늘어났으나 4·4분기부터 게이트웨이 등의 OEM 주문 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올 1·4분기 선적 물량도 4·4분기에 비해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출시장 타개를 위해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자가 브랜드 노트북컴퓨터 수출에 주력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한 상태다.
삼보컴퓨터(대표 이홍순)는 최근 미국 e머신즈를 통한 PC 수출 물량 감소에 이어 HP 등 대규모 OEM 물량도 지난 2·4분기의 한달 평균 15만∼16만대에서 최근 들어 12만∼13만대 수준으로 21% 가량 떨어졌다. HP는 내년 주문 물량도 크게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노트북PC OEM 수요처인 컴팩과 IBM으로부터 OEM 물량의 감축을 요청받았다. 이들 업체는 내년 경기상황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추가 주문량 감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애플컴퓨터에 공급하고 있는 i맥컴퓨터의 경우 공급물량 감소는 없지만 답보상황이다.
대우통신(대표 이정태)은 올 1·4분기 PC 예상 선적물량이 지난해 초에 비해 무려 4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래 업체들이 OEM거래선을 바꾸거나 선적물량을 크게 감소해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그동안 미국 OEM 수출에 주력해온 주요 모니터업체들도 미국 시장의 한파가 예상 외로 거세자 유럽과 일본 등으로 눈을 돌리는 등 시장 다원화에 나서고 있다.
◇주변기기 〓미국 컴퓨터 시장의 침체로 주변기기도 PC 못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품목은 광스토리지 시장.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 모두 미 컴퓨터업체에 공급하는 OEM 물량이 지난해 4·4분기부터 월 평균 20∼30% 정도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특히 저가형 제품에 주로 장착되는 CD롬드라이브의 감소가 가장 두드러지며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던 CDRW나 DVD롬드라이브의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우스 키보드 등 입력장치 주문량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월 30만대의 키보드를 e머신즈 기종에 공급하던 A사는 이달 예상 선적량이 지난해 12월에 비해 30% 가까이 감소했으며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를 공급하던 W사도 지난해 11월 초기공급 이후 이달 초까지 2개월 동안 추가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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