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닷컴기업은 살아 있다

곽수일 교수(서울대 경영대학)

오래 전에 「사막은 살아 있다」라는 기록영화가 있었다. 뜨거운 모래사막에서 선인장이 꽃을 피우고, 밤이면 모래 속에 숨어 있던 동물들이 땅으로 올라와 활동하는 모습을 그린 기록영화다.

요즈음 우리 경제에서 코스닥시장 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많은 벤처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 경제에 「닷컴은 살아 있다」를 보여주고 싶은 때다.

사실 그동안 우리 닷컴기업들은 전자상거래 중에서도 일부 분야만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구체적으로 B2C나 B2B 등 전자상거래의 기본적 유형만을 사업모델로 창업하고 성장을 추구한 것이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는 이와 같이 기본적 유형에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고 기업 내부의 경영기본을 바꾸고 경쟁의 틀을 새롭게 짜는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유통이나 제조업은 물론이고 금융산업에서 교육부문까지 인터넷을 통한 거래가 확산되면서 모든 것을 바꾸는 촉매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 주위에서 등장하고 있는 예를 들면, 공급망관리(SCM : Supply Chain Management)를 활용, 고객의 수요에서 시작해 원자재 조달에서 생산까지를 연계 관리함으로써 원가를 크게 낮추고 있다. 이와 같은 생산성 향상은 일단 시작되면 향후 몇 년 동안 계속적으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예로는 제품설계에서 볼 수 있는데, 인터넷을 통해 서로 자료를 교환하고 설계도를 송신함으로써 과거와 같이 한자리에 모여서 종합 토론하기보다는 담당자들이 세계 각지에 퍼져 있으면서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경우 비용의 절감은 물론이고 각각의 고객 특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새로운 경쟁수단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유통분야에서도 데이터마이닝(DM : Data Mining)을 통해 개별 고객의 욕구를 확인하고 이에 따라 고객수요에 꼭 맞는 제품중개도 하고 나아가서는 상인중개(merchant brokering)도 함으로써 유통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마이닝은 단순히 유통뿐만 아니라 금융업은 물론이고 제조업에까지 확대돼 활용되는 경우 기업은 글자 그대로 고객을 1대1로 상대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닷컴기업의 활동이 전통산업 분야에 침투, 작게는 기업의 내부경영을 바꾸고 크게는 산업구조를 바꾸어버리는 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닷컴기업들의 활동분야는 편협하게 B2C와 같은 좁은 분야의 전자상거래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닷컴기업의 지식을 전통적 제조업이나 유통분야에 적용, 이들 기업을 통째로 바꾸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하겠다. 이 경우 기존 산업이나 기업의 경쟁양상을 바꿀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재고원가를 낮추고 제품은 개별 고객의 취향에 따라 설계되며 유통부문에서 거래비용을 낮출 뿐만 아니라 전체 유통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이에 미국에서는 이와 같이 닷컴기업들의 새로운 지식이 제조업에 활용되면서 GE(General Electric)사의 경우 사업부별로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의 20∼50%까지 절약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 금융산업의 경우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거래하는 경우 지점에 가서 대면거래하는 비용의 10%만 발생하므로 거래비용의 90%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요사이 닷컴기업들이 사막에서 사업하는 것과 같이 어렵다고 하지만 앞으로 전통기업에 그 지식을 활용함으로써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제부터 우리 닷컴기업들의 초점은 정보기술의 새로운 지식을 기존 기업에 적용하여 전통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기존 기업의 유전인자(DNA)를 변형시키는 데 놓여져야 하겠다. 기업이 유전인자를 바꾸는 데 성공하는 경우 이는 앞으로의 사업환경에 맞는 아주 새로운 형태의 기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앞으로 많은 닷컴기업들이 어려움에 봉착하고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정보기술은 계속 발전해 기업과 경영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아무리 닷컴기업이 어렵다 하더라도 생존하고 성장하는 기업은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고, 「닷컴기업은 살아 있다」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