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유통업계 이것만은 고치자>4회-부품 바꿔치기

『PC133 규격 메모리를 꽂아 주기로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PC100 규격 제품이었다. 그것도 정품은 아니었다.』 『리바 TNTⅡ M64칩세트를 장착한 그래픽카드를 장착해 준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리바 반타 그래픽칩세트를 사용했다. 사기 아닌가.』

전자상가의 소비자불만센터나 홈페이지에는 이같은 항의성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부 조립PC 업체들이 어수룩한 소비자들을 상대로 견적을 산출할 때의 부품과는 다른 부품을 장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같은 부품바꿔치기는 종종 조립PC 업체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악의적으로 이용하기도 해 상가 전체의 신뢰를 실추시키고 있다.

전자의 경우는 주로 제조업체, 특히 전자상가 주변에 근거지를 두고 칩세트나 반도체 등을 구매해 완제품을 만들어 파는 업체가 사용하는 방법이며 후자는 상인들이 부품을 구하기 어려울 때나 이윤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제조업체에 의한 부품바꿔치기의 대표적인 예는 지난해 유행했던 그래픽카드.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엔비디아의 리바TNTⅡ M64 그래픽칩세트를 장착한 제품이 인기있었지만 시중에서는 리바 반타 칩세트를 장착한 제품이 TNTⅡ M64 제품으로 둔갑해 판매됐다.

일부 조립PC 상인들은 『단종이나 품귀로 인해 부품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 비슷한 규격의 제품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임의로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

주기판만 해도 여러 업체들이 비슷한 제품을 천차만별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며 인텔 CPU는 모델명 뒤에 알파벳 유무에 따라 성능이 좌우되기도 한다.

이같은 사정은 가전 유통업계에서도 흔치는 않지만 발생하고 있다. 부품을 바꿔치기 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모델을 은근 슬쩍 끼워넣는 것이다. 컴포넌트를 구매할 경우 앰프와 카세트데크·CD데크·튜너·스피커 등으로 한세트가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한가지를 본래의 구성품이 아닌 다른 제품으로 바꿔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모델명이 「×××-001」인 제품대신 「×××-0012」인 제품을 배달한 뒤 소비자가 알아채면 『성능이 향상된 후속제품이니 그냥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수법이다.

인터넷 시대의 소비자는 현명하다. 부품바꿔치기는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목을 죄는 올가미가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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