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업계의 안일한 경제전망

IT업계가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평균 17% 정도 늘려 잡았다고 한다. 또한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는 올해 IT업계의 경기가 「괜찮다」로 답했다고 한다. 지난해 수준의 상승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평년작은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다. IMF위기가 재론되면서 타업종 대부분이 긴축경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같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업계의 이같은 전망은 주변상황을 지나치게 비관한 나머지 너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IT 자체가 국가경제 인프라로서 전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너무 안일한 사고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경우 IT업계의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경제상황과 관계없이 오래 전부터 예고돼 왔다는 점이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97년 말부터 시작된 IMF위기도 제조업과 같은 전통적인 굴뚝산업을 중심으로 몰아닥쳤고 IT업계 역시 정보기술이나 인터넷과 같은 고유영역보다는 전통성이 강한 생활전자나 산업전자 분야에 집중됐었다.

또한 경제상황이 불투명할수록 IT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다는 점도 업계의 전망이 소극적임을 반증하는 사례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지난 10여년 동안 지속적인 연착륙 기록을 세운 미국의 신경제 사례와 가깝게는 지난 2년여 동안 IMF위기를 겪어오면서 우리 스스로 체득해 얻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같은 비판들은 우리 업계가 아직도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위기돌파 의지나 자신감이 부족하며 따라서 단기적인 현상유지에 급급하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지적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물론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IT업계가 현상을 유지한다는 전망 자체가 지나친 낙관이 아니냐는 반론도 없는 것은 아니다. 만에 하나 정부의 구조조정 일정이 지연되거나 의지가 약화될 경우 전혀 새로운 금융불안과 경제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경기가 악화될수록 IT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부의 중단 없는 구조조정을 담보로 했을 때라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지나치게 상황론에 치우친 나머지 위기극복 노력이나 새로운 모험을 감수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일 것이다. IMF위기가 재론되는 상황에서 전산업을 이끌어야 할 기둥산업이 자신의 범주만을 고려해 「괜찮다」라는 식의 전망을 놓고 안도하는 것 자체가 너무 안일한 사고의 발로인 것이다.

세계 IT산업의 조류는 한국의 경제위기와 관계없이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고 나아가서는 무한대의 국제경쟁력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10년 전 도탄의 지경에 접했던 미국경제를 신경제라는 이름으로 견인해 나간 것이 바로 IT산업이다. 한국의 IT산업도 그 위치나 덩치로 볼 때 자체의 성장률에 안주할 때는 지났다고 본다. IT업계는 이제 한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해 한국형 신경제로 도약하는 데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하는가를 화두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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