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올해부터 인치단위 사용을 금지하는 비법정계량단위 사용근절 시책을 발표하면서 컴퓨터업계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최근 산업자원부는 「비법정계량단위 사용근절 시책」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평·인치·자·근·돈 등 법에서 정하지 않은 계량단위를 이용한 상거래나 홍보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산자부는 이에 따라 6월 말까지를 집중 홍보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 동안 비법정계량단위를 사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법정계량단위를 사용하도록 계도를 펼치고 하반기부터는 지방자체단체의 단속을 통해 이를 어기는 기업에 대해 최고 100만원까지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에 따라 인치를 주요 단위로 사용해온 모니터, 개인휴대단말기(PDA) 등의 컴퓨터 업체들은 미터법에 의거해 새로운 규격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번 조치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모니터 업체. 모니터 업체들은 인치 단위에 익숙해진 사용자가 미터법으로 제품을 표기할 경우 발생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이미 내부적으로 인치를 사용하지 않고 17형, 19형 등으로 제품을 분류해왔으며 과거 TV단위 표기를 미터법으로 변경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중소업체에 비해 느긋한 입장이다. 이 회사는 1·4분기부터 산자부 조치를 실행할 예정으로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단위변경 작업을 담당할 전담팀을 모니터 마케팅 부서 내에 만들었다.
LG전자(대표 구자홍)도 단속 기간이 끝나기 전에 모든 단위표기변경 작업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 아래 사용자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인치 단위와 미터 단위를 혼용해 표기할 예정이다.
반면 중소 모니터 업체나 PDA 업체, 유통 및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은 아직 정확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제품 카탈로그를 비롯해 포장, 홍보물 등 인쇄물 일체를 새로운 미터 단위에 따라 다시 제작하는 비용과 시간 때문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도 대대적인 사이트 보수 작업에 울상을 짓고 있다.
이렇듯 관련 업체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상거래 단위 통일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기간과 절차에 관해서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컴퓨터 유통 업체의 한 관계자는 『농수산물에서 사용하는 근은 육류에 사용되는 단위와 야채에 사용되는 단위의 실중량이 다르지만 컴퓨터 업계에서 사용되는 인치 단위는 모두 2.54㎝로 같기 때문에 상거래상의 혼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6개월로 정해진 계도 기간에 대해서도 「너무 짧다」라는 불만의 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는 94년 국제단위계 통일 사용 조치를 발표한 후 6년의 유예 기간을 둔 후 작년 1월부터 시행중이며 일본도 93년 계량법을 개정한 후 99년부터 구속력을 갖는 행정 조치를 한 바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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