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제대로 쓰자](1)연구개발 투자비 4조원 시대

◆21세기로 접어든 2001년. 국가 미래는 과학기술과 대중문화 발전으로 특징 지어지는 지식기반 사회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천연자원이 빈약한 우리는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양성과 한정된 예산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한정적인 예산과 인적자원 때문에 그 어느 분야보다 효율성이 요구되고 있다. 21세기의 문턱을 넘어선 우리나라 과학기술계가 「투자 부족에 따른 불평」보다는 이제 「질적인 수준」을 논의할 때가 됐다는 것이 뜻있는 과학기술계 인사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 국가연구개발예산에 낭비요인이 없는지, 국가연구개발사업이제갈길을 가고 있는지 시리즈로 살펴본다. 편집자◆

「국가 연구개발투자비 4조3000억원.」

21세기 첫해인 올해 국가가 연구개발에 투자할 총 투자규모다.

정부가 4년 전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을 한시적으로 제정하고 운영하면서 내세운 목표는 오는 2002년까지 국가 전체 예산의 5.0%를 확보하겠다는 당초 방침에 따른 것이다.

올해 국가연구개발예산이 총예산의 4.5%까지 올라갔으니 따라서 내년이면 국가의 연구개발예산은 이변이 없는 한 당초 목표선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정부예산의 5% 이상을 과학기술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우리나라의 예산규모에 비하면 파격적이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예산이 이정도 규모이므로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국민이나 정부당국자들의 인식에 비해서는 엄청난 규모라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정부가 예산배정을 꾸준히 늘려 올해로 4조3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게 됐으니 정부로서는 어느 정도 자기 몫을 다한 셈이다. 국회 역시 과학기술 관련 예산은 예산당국의 삭감에도 앞장서 증액,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연구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과학기술자들의 당연한 의무다.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는 과기부가 올해 투입하는 과학기술예산은 지난해보다 18.5% 늘어난 총 8982억원 규모. 국가의 핵심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21세기 프런티어 연구사업 △창의적 연구사업 △국가지정연구실사업 등에 지난해보다 67.0%가 늘어난 2293억원을 투자함으로써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프런티어 사업은 10년 후를 내보고 과제당 10년간 1000억원이 넘는 연구비를 투입하는 과제의 선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그 연구효율성과 과제목표 설정에 논란이 많다. 또 산업계에서 필요로하는 약 450개 핵심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추진한 전략적 연구개발사업인 국가지정연구실사업은 절반 이상이 대학이 차지해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고 기술혁신의 새로운 탄생·원리규명, 신과학기술의 탐색·발아, 기존 과학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연구 리더를 육성한다는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은 과학기술계조차 그 연구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아이디어는 좋은데 연구를 실행하고 결과를 내놓을 과학기술자들이 국가를 생각하는 장기적인 안목보다는 과제수주에만 급급한 나머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예산을 쓰는 데도 자신이 연구하는 과제가 국가경쟁력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고민조차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 과학기술자들이다.

정부가 뒤늦게 지난해 말에야 중·장기적 연구과제의 안정적 연구를 위해 다년에 걸친 안정적 연구비 지원체제인 다년도 협약제도를 도입, 연구계획서상의 연구목표를 계량화하도록 했다지만 정부의 노력에 과학기술자들이 얼마나 부응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과기부의 고위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연구개발예산, 제도 등의 개선에 최선을 다한 만큼 이제 연구결과를 내놓는 것은 과학기술자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계의 원로인 K박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프로젝트 또한 인맥이나 학맥위주로 선정돼 일부 연구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나눠먹기 식」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과학기술계 전반의 모럴 해저드를 반증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이제는 정확하고 투명한 장기적인 국가연구개발목표를 설정,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조 아래 각종 연구개발사업이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질 때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연구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런 국가목표도 없이 연구성과 자체가 불투명하지만 「로비력 강한 힘있는 연구원」의 개인적인 역량으로 사업비가 대량 배정돼 계속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지는 않은지, 출연연에 배정되는 기관고유사업비가 연구소기관장의 인맥에 따라 목표도 없이 일부 연구원들에게 몰려 지원되고 있지는 않은지 냉철히 되새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제선정부터 국가의 과학기술 대계를 결정한 방향 설정이 제대로 돼 있는지, 자율성을 보장하되 연구성과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정부관계자는 물론 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연구원들 스스로가 국민의 입장에서 꼼꼼히 따져볼 때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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