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e코리아]Policy@Korea-e코리아 정부를 만들자

「회사원 K씨는 사무실에서 오전 업무를 마치고 대출용으로 은행에 제출할 주민등록등본을 떼기 위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는다. 비밀번호와 패스워드를 입력하자마자 프린터에서 등본이 튀어나온다.」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은 인터넷을 통해 각 학과의 특성을 상세하게 살펴본다. 입학원서도 컴퓨터로 작성해 온라인으로 제출한다. 합격 여부도 인터넷으로 회신받는다.」

21세기 「전자정부」의 한 단면이다.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정보기술(IT)의 성과를 행정에 적극 도입·활용하는 전자정부는 시간·공간적 제약을 극복해 행정서비스 쇄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작지만 효율적인 그리고 경쟁력 있는 전자정부 구현」을 통해 행정 생산성과 서비스 질, 투명성 등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존 정부조직과 업무처리 과정을 재설계하는 「리엔지니어링」이 선행돼야 한다.

즉 산업사회형 조직구조와 업무처리방식을 정보사회형 구조 및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혁신적인 사고와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혁신을 수반하지 않는 전자정부 구현은 기대할 수 없다.

정보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신속한 정보의 빠른 처리와 전달이 가능하지만 이에 부응한 조직구조와 과정의 혁신 없이는 정보지체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존 행정조직 구조와 업무처리 절차를 그대로 두고 단순히 최첨단 정보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기껏 도로를 포장해서 소가 지나가도록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전자정부가 필요로 하는 조직이란 행정권위주의를 탈피한 조직이다.

예를들어 민원이 발생할 경우 기존체제에서는 민원이 접수되면 서류철속에 파묻혀 차례를 기다리다가 묵살되기 일쑤였다.

전자정부는 전자우편을 비롯한 가상공간을 통해 접수된 민원을 공무원과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해결한다.

일방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식의 민원해결이 아닌 민원인이 잘 모르는 부분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함으로써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민원을 해결하는 행정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전자정부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행정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작업을 과거처럼 특정 부처 중심으로 추진하기보다는 강력한 별도기구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성대 행정학과 정충식 교수는 『기존의 업무영역이나 부처의 관점이 아닌 범정부적인 관점에서 전자정부 구현의 전담 추진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며 『이런 조직은 정보기술을 활용해 정부를 재창조하는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 리더십을 가지고 관련 부처간에 조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에 위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이상희 의원(한나라당)은 『전자정부는 행정업무가 국민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의 일환이라는 행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서만 성공할 수 있다』며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들여 최첨단 기술을 도입해도 기존의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행정 패러다임에서의 전자정부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 행정 패러다임의 변화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정보기반시설 확대다. 각 가정과 사무실에서 고성능 컴퓨터를 갖고 있더라도 방방곡곡에 인터넷망이 깔려있지 않다면 전자정부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한국행정연구원 문신용 박사는 『전자행정서비스에 경제·사회적 혹은 지역적 이유로 접근과 이용이 어려운 계층에게도 형평성 있게 제공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정책의 수립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정보기반시설의 확충이 하드웨어측면의 숙제라면 소프트웨어측면에서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전자정부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을 디지털 시대에 맞도록 개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앙 행정부처 대부분이 전자결재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실제 활용도는 수준 이하다.

전자문서보다 종이문서를 선호하는 공직자의 이런 인식은 전자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겪이다.

이를 위해 공직제도 개선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공직사회의 폐쇄성과 경직성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개방형 임용제 확대 등을 통해 민간 전문가들과 교류를 확대하는 한편 공직자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또 교육훈련제도는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 공직자들이 스스로 필요한 교육내용을 선택·학습할 수 있도록 문호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행정자치부 김경섭 서기관은 『공직자의 업무 특성과 능력에 따라 정보기술을 행정업무에 창의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도록 다양하고 차별화된 교육을 확대해 행정업무에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정부의 첨병이 공직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고객지향 민생과제를 발굴하고 업무를 혁신하는 한편 행정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시민단체,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환경과 복지 등 핵심 민생개혁과제를 발굴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행정서비스에 대한 평가제도를 활성화해 이를 예산과 연계하는 「당근과 채찍」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행정서비스 만족도와 행정업무 혁신, 정보화 성과 등 공직사회의 구체적인 평가항목에 대한 사전평가와 사후검증을 실시해 평가결과를 공개, 국민 누구나 진척사항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마련을 지적했다.

또 공직자의 불필요한 업무를 대폭 줄이는 한편 행정에 민간과의 경쟁원리를 도입, 정부의 비효율성을 줄여야 한다.

과거 영국이 실시했던 「시장성 테스트 제도」를 도입해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때 정부와 민간의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효율적인 공급자를 선택하는 제도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와 같은 고객지향적 행정서비스 실현을 위해서는 어느 곳에서나 한번의 신청으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원스톱서비스와 인터넷 등 가상공간을 이용한 24시간 서비스를 실시하는 한편 논스톱서비스를 개발·확대해 행정정보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울러 행정부문 네트워크 진전이 전자정부 발전을 위한 선결조건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행정서비스가 전자적 방식에 의해 수행되려면 행정기관간의 정보시스템 연계와 정보의 공동활용은 필수적이며, 행정내부뿐만 아니라 민간부문까지 확대된 정보 네트워크화가 필요하다.

이같은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각 부처간 행정업무를 재설계해 부문별 기능을 고도화하고 정책의사 결정 흐름을 간소화해야 한다.

정보시스템의 구축은 업무의 단순화 전산화 단계를 벗어나 업무절차를 간소화하고 실질적인 능률향상과 서비스의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개선과 병행돼야 한다.

우선 전자정부를 저해하는 행정관행과 제도상의 불합리성을 제거하기 위한 법·제도를 면밀히 조사해 개선하고 정부의 정보화와 그에 따른 행정개혁을 촉진해야 한다.

김 서기관은 『각 부처에 행정기술의 도입·활용을 총괄담당하는 정보화책임관 혹은 담당관 제도를 도입해 책임과 의무를 설정하는 것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자행정서비스는 범정부적인 통합적 서비스로서 제공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개별기관 차원이 아닌 정부 전체가 연결될 수 있는 통합적 전자행정서비스 시스템 활용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이처럼 전자정부는 행정서비스와 업무, 정보 등을 비롯해 정부와 공직자는 물론 법·제도의 개선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때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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