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에어>케이블TV와 세밑을 즐겁게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떠오르는 풍경은 무엇일까.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의 교회 앞마당이나 연휴를 틈타 연인과 함께 떠나는 스키여행의 한 장면.

얼어붙은 경기 탓에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사라진 올해에는 안방에서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가족들과 TV 속에서 겨울 향취를 만끽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싶다.

이맘 때쯤이면 생각나는 영화와 가곡부터 록까지 색깔을 달리한 캐럴 콘서트 등 케이블TV가 마련한 특집 프로그램들은 골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OCN의 특집 영화들은 추운 연말연시에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보기에 손색없는 아기자기함이 돋보인다.

짝사랑하는 남자의 목숨을 구하고 그의 약혼녀로 오해받지만 결국 그의 남동생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크리스마스를 위한 소품이다.

대가족이 북적거리는 크리스마스 파티의 분위기도 그렇지만 빙판위에서 남녀 주인공이 미끄러지면서 서로에게 끌리는 대목은 짜릿한 감동을 주는 장면이다.

「다이하드」는 연말 시즌의 단골 메뉴.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브루스 윌리스의 과감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액션 연기는 다시 봐도 재미있다.

유료채널 HBO는 계절에 상관없이 시청자들의 취향을 최대한 고려한 영화들을 선별했다.

크리스마스 자정에 보는 「4월 이야기」는 「러브레터」를 만든 이와이 ●지 감독의 작품. 오렌지빛 우산을 받쳐들고 봄비 속에 서 있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눈덮인 산에서 죽은 연인의 안부를 목놓아 외치던 러브레터의 그녀와 닮아 왠지 애잔하면서도 훈훈하다.

지금 보면 어쩐지 촌스러운 티를 벗을 수 없는 고전 애니메이션도 크리스마스에는 정겹게만 다가오는 인기 프로그램. 만화 채널 투니버스는 「소공녀」 「왕자와 거지」 「호두까기 인형」 「고아소녀 애니」 등 친근한 명작만화들을 선보여 어린이들을 즐겁게 한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연인들은 TV속 각종 콘서트를 데이트 코스로 눈여겨 볼 만하다.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HBO가 선보이는 「안드레아 보첼리-자유의 여신상 콘서트」.

파바로티가 『내가 들어본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라고 극찬한 보첼리의 천상의 목소리를 맨해튼의 스카이 라인과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보첼리의 콘서트가 눈처럼 순수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면 코미디TV가 방영하는 「조이 오브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화려하게 장식한 깜빡이 전구처럼 명랑하다.

바리톤 김동규·소프라노 김원정이 깊어가는 겨울밤처럼 성숙한 감성으로 다가오는가 하면 유진박의 바이올린 연주로 듣는 캐럴은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힘이 넘친다.

가곡이 싫다면 록이나 하드코어도 좋다. 록 마니아들이라면 m·net에서 연말연시에 걸쳐 방영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국내 언더 그라운드 록의 기수인 안흥찬과 윤도현의 폭발적인 라이브 무대와 마릴린 맨슨의 음악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열정을 불태우는 연말도 나름대로 인상적이지 않을까.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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