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업체들, 하이테크로 「잿팟」 꿈 꾼다

일반 전자부품과 반도체부터 데스크톱과 노트북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해외 시장에서 우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타이완 업체들이 최근 첨단 정보기술(IT) 분야 투자를 대폭 확대해 하이테크 기업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http://www.awj.com)에 따르면 글로벌라이팅, 야거, 어드밴스트세미컨덕터엔지니어링,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상당수 업체들이 IT부문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글로벌라이팅은 불과 1년여 전만 하더라도 타이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사출 업체였으나 지금은 휴대폰과 노트북 컴퓨터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테크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이 회사는 「후광 디스플레이」 관련 제품을 미국의 모토로라와 휴렛패커드(HP), 우리 나라의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첨단기술 기업들에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라이팅은 필요한 기술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 지난 98년 말 미국에서 광 기술 연구로 명성이 자자하던 벤처기업 루미텍스를 인수한 후 현지 연구법인으로 활용하는 등 M&A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타이완의 대표적인 전자부품 회사인 야거의 경우 지난 5월 유럽 종합 전자회사 필립스전자의 수동부품 사업부를 5억7500만달러를 주고 인수함으로써 단숨에 세계적인 수동 전자부품 회사의 하나로 발돋움했는데 이는 타이완 기업의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야거의 렉스 양 부사장은 『필립스의 비 핵심 사업부가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핵심 사업부』라고 설명했다.

또 타이완의 반도체 업체 어드밴스트세미컨덕터엔지니어링도 미국 모토로라가 그 동안 한국에서 운영해오던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인수한 후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공장 가동률과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등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또다른 타이완 반도체 업체인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도 일본의 대표적인 철강회사인 닛폰스틸의 적자 투성이 파운드리 공장을 인수해 불과 1년 반 만에 경상 이익률이 무려 40%를 상회하는 알토란같은 사업부로 바꿔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타이완 기업들이 대부분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한 전문기업이라는 점에서 하이테크 기업 변신도 상대적으로 쉽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도 적자가 나는 비 핵심 사업부를 과감하게 매각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수·합병을 통한 타이완 기업들의 하이테크 진출전략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최근 타이완에서 불고 있는 하이테크 투자바람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부분 구조조정 등으로 중장기적인 시설투자를 대폭 축소하고 있는 상황과 배치되는 것으로 앞으로 해외 시장에서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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