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0년. 프랑스 외교관이던 토크빌은 당시 신생국이던 미국을 여행하면서 「감동」에 젖는다.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직접민주주의를 그 곳에서 봤던 것. 그는 미국의 한 마을에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신이 우주를 지배하듯, 미국 정치는 시민이 지배한다』고 감격해 했다.
미국 43대 대선이 우여곡절끝에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조지 W 부시를 주인공으로 「발탁」하고 막을 내렸다. 이번 미국 대선은 카프카에스크(Kafkaesque:삶의 불안과 혼란을 다룬 독일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처럼, 미국 대선 정국이 혼돈과 불투명 사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표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등 많은 「불안」과 「모순」을 노출했지만 인터넷정치(e폴리틱스)의 출발을 알렸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공화·민주 양당 모두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정강정책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특히 e메일이 전화를 제치고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신종 도구로 크게 각광받았다. 뉴욕타임스는 민주·공화 양당 후보진영이 e메일로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등 선거문화에 새바람을 창조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녹색당 후보인 랠프 레이더는 온라인으로 100만달러를 모으기도 했다. 온라인 기부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이트인 「폴리틱스온라인(http://www.politicsonline.com)」에 따르면 이번 미국 대선에 30억달러의 비용이 들어갔으며 이 중 5000만달러가 온라인으로 모금됐다고 밝히고 있다. CNN은 이에 따라 오는 2004년 치러질 대선에는 e메일 정치가 뿌리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자민주주의(인터넷정치)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시티즌」을 「네티즌」으로 만들기 위한 전산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신속하고도 비밀이 보장되는 투표망과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크래킹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43대 미 대선은 제5부라고 불릴 만큼 막강해진 인터넷이 정치와 결합, 사이버상에서 직접민주주의가 부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언론인 출신 모 의원이 의정사상 처음으로 온·오프라인 동시 후원회를 실시해 「한국의 사이버 민주주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권력이라는 것이 「총구」보다 「클릭」에서 나오는 시대가 시작됐다고 하
겠다.
<국제부·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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