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의 방송칼럼>

연말이 되면 각 방송사에서는 가요대상이니 연기자대상이니 하는 연말 특집 송년행사를 개최한다. 이 행사들은 3시간 넘게 생방송으로 진행될 뿐 아니라 최고가수나 연기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감이 넘친다. 시청자들은 선정 결과를 평범하게 보아 넘길지 모르지만 최고상 후보자들은 자기 인기와 직결되기 때문에 치열한 경합에 가슴졸이는 시간을 갖게 된다.

97년말 모 방송사에서 「시청자가 뽑은 최고 인기 연기자상」을 선정할 때의 일이다. 당시 후보로는 송채환, 이승연, 김희선, 배용준씨 등이 올라왔었는데 국내 최초로 시청자들의 전화투표를 통해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내 최초라 그랬는지 전화 통수는 놀랍게도 90여만통. 결국 드라마 「첫사랑」에서 바보 역을 맡아 호연했던 송채환씨가 43만통이라는 압도적인 득표로 최고 인기연기자로 선정된다.

당시까지 일급 연기자 평가에는 약간 못미쳤던 송채환씨는 국회의원 평균득표수의 열 배 가까운 득표율에 너무나 감격해 했고 나중에 토크쇼에 나와 『43만표를 득표한 송채환입니다』라고 자신을 자랑스럽게 소개하기도 했다. 방송에 전화자동응답시스템(ARS)이 도입되지 않았으면 이런 고득표는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또 96년도인가 최고가수를 뽑던 해에는 열 명의 후보자 중 기성 가수로는 김수희씨 한 사람밖에 선정되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10대나 20대 신세대 가수들로 채워져 그들의 막강 파워를 실감해야 했다. 마지막까지 최고상을 놓고 경합한 김수희, 서태지, 신승훈씨 중 대망의 대상은 과연 누가 차지했을까. 당시 신세대들의 파워를 보건대 당연히 신승훈 아니면 서태지씨가 될 것으로 보였으나 결과는 뜻밖에도 김수희씨가 선정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말았다. 마치 87년도 대선 때 YS, DJ 두 분이 경합하는 바람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어부지리를 취했던 것처럼 신승훈과 서태지가 경합을 벌이는 바람에 김수희씨가 선정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엉터리 선정이라고 신세대 가수 열성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던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지금도 인기있지만 가수 김건모씨는 90년대 말 3년 연속 최고가수상을 수상하는 등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첫번째, 두번째는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세번째 최고가수로 선정됐을 때는 「쿵따리샤바라」의 클론과 일대 접전을 벌이게 된다. 전국 투표인단을 통해 집계된 득표결과 김건모씨가 0.1% 라는 그야말로 박빙의 차로 최고가수에 간신히 선정됐다. 한국 방송연예계에서도 부시와 고어에 못지 않은 박빙 승부가 있었던 것이다.

<티비넷커뮤니케이션즈 대표 ceo@tvnet.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