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당선후 미 IT시장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가 우여곡절 끝에 미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미국의 정보기술(IT) 정책기조는 빌 클린턴 행정부 때와 별다른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부시는 지난 선거운동 과정에서 전자상거래 과세 유예, 첨단기술 인력의 취업비자 확대, 정보 격차 해소, 온라인 사생활 보호 등 IT 관련현안에 대해 집권당인 민주당의 고어 후보와 거의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는 부시가 그 어느때보다 IT산업에 대한 관심과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인터넷 지도자」로까지 일컬어지는 고어에 뒤지지 않기 위해 고어와 거의 동등한 수준 또는 더 진보적인 관점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단순히 대통령 한 사람을 뽑는 데 그치지 않고 20여명에 달하는 정부 각료와 IT정책에 관여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들의 전면적인 교체를 가져온다. 따라서 앞으로 누가 이 자리에 임명되느냐에 따라 미국은 물론 전세계 IT업체들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의 3대 하이테크 정책

첫째,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기술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적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불필요한 제도를 폐지하고 군사기술과 관련된 IT 상품 수출 규제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또 미 IT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방해하는 각 국의 무역 장벽을 철폐하기 위해 힘쓸 예정이다.

둘째, 신 경제가 창출하는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IT 인력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따라서 해외 고급인력 유치를 위해 「H-1B」 비자 발급 수와 유효기간을 연장해준다. 특히 IT 인력 육성을 위해 각 급 학교에 대한 컴퓨터 교육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셋째, 사회 전반에 걸쳐 IT를 확산시키기 위한 여건을 마련한다. 실천 방안의 하나로 IT 분야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들의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세액 공제를 영구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독점규제 완화

부시는 구 경제에 적용됐던 각종 규제가 신 경제에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기술혁신에 방해가 되는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할 것이며 일부 첨단기술 제품의 수출규제에 관해서도 업계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할 것임을 선거운동 과정에서 누누히 밝혀왔다.

부시는 최근 IT업계의 최대 이슈인 마이크로소프트(MS) 분할 문제에서도 침묵을 지켜온 고어와는 달리 정부의 시장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현 클린턴 행정부의 강제분할 방침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따라서 부시의 대통령 당선은 올 들어 주가가 반으로 떨어지며 최대 위기에 빠져 있는 MS의 숨통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합병 승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메리카온라인(AOL)-타임워너, 도이치텔레콤-보이스스트림 등도 곧 정부의 승인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지난 7월 독점문제로 월드컴-스프린트의 합병이 무산된 후 잠시 주춤했던 대형 인수합병(M&A) 바람이 다시 불 가능성이 크다.

◇적극적인 IT지원

부시 당선자는 IT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인터넷 관련과세와 첨단기술 인력난에 대해서도 IT업체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는 일단 전세계적으로 찬반 논쟁이 진행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과세에 대해서는 앞으로 5년간 과세를 유예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부시는 경쟁자인 고어가 오프라인업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영구적인 비과세」에서 「과세 유예」로 한발 물러선 것에 반해 온라인업체들을 의식, 「과세 유예」 쪽으로 돌아섰다. 이는 본인이 직접 인터넷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인정한 셈이기에 앞으로도 전자상거래 발전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IT 인련난에 대해서 해외 고급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임시취업비자(H-1B) 의 발급 수와 유효기간을 연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외에도 부시는 한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기업들의 R&D 관련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영구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선거 유세에서 자신의 가운데 이름이 「W」라는 것을 강조하며 「WWW(월드와이드웹)」을 예찬하고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장담한 부시의 당선이 통신·인터넷업계에 큰 손해는 아니라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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