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공공기관·공기업의 입찰제도 개선을 위해 입법예고한 국가계약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정작 경매·역경매 등 효과적인 전자입찰방식을 여전히 배제하고 있어 당초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법제처 심사중인 국가계약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은 내년 1월 법시행 이전에 경매·역경매 등 다양한 전자입찰방식을 소화하는 방향으로 시급히 손질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5일 관계부처 및 기관에 따르면 지난 7월 재경부가 입안해 현재 법제처 심사 계류중인 국가계약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은 기존 입찰제도의 개선에만 치중해 있고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전자입찰방식에 대한 고려가 전무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국가계약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입찰서는 입찰공고에 표시한 장소와 일시에 입찰자가 직접 제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제39조 1항) △개찰은 입찰공고에 표시한 장소와 일시에 입찰자가 참석한 자리에서 이를 행하여야 한다(제40조)는 조항이 그대로 존속, 전자적인 입찰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입찰자는 제출한 입찰서를 교환·변경 또는 취소하지 못한다(제39조 2항) △동일사항에 동일인이 2통 이상의 입찰서를 제출한 입찰은 무효화한다(제44조 4항)는 조항은 수시로 응찰조건을 변경해야 하는 경매·역경매 방식의 전자입찰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전자입찰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조달청이나 한국통신·한국전력·포항제철·도로공사·가스공사 등 5대 공기업은 시스템 가동을 미룬 채 효율성 제고방안을 놓고 고심중이다.
한전 관계자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여전히 경매·역경매 등 효율적인 입찰방식을 제한하고 있어 전자입찰시스템 도입에 따른 효용이 크게 떨어진다』면서 『이 개정안대로 확정될 경우 입찰, 나아가 공공조달의 효과적인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 등도 최근 소모성자재(MRO) 전자입찰시스템을 도입했지만 그 대상은 3000만원 이하 수의계약 품목에 한정되고 그나마 경매·역경매는 제한받고 있는 실정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일부 수의계약품목에 한해서만 전자입찰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정부 공공기관 전체 조달의 20∼30%를 차지하는 조달청 물량은 물론 각 부처의 자체 조달효율화에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재경부 회계제도과 관계자는 『경매·역경매 서비스를 허용할 경우 오프라인 입찰계약과의 형평성 문제는 물론 국가기관의 입찰질서도 흐릴 수 있다』고 해명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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