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회의 디지털세상 이야기>26회-아는 것을 함께 잘하기

지식경영은 조직이 알고 있는 것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그 성공여부가 달려있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정보가 원활히 공유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든다. 또 서로 아는 지식을 남에게 공개하도록 특별보상 제도를 만들어 지식공유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려 노력한다. 그런 기업에는 남을 인정하고 조직의 총체적인 결과를 위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힐 줄 아는 문화가 형성된다. 진정한 의미의 팀워크가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크라이슬러가 위기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조직내에 지식경영을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신차 구상부터 디자인, 엔지니어링, 부품 디자인, 조립테스트 등의 과정을 거쳐 첫 차가 출고되기까지 약 60개월이 걸렸다. 크라이슬러는 소형차 네온을 출시하면서 이 과정을 31개월로 단축시켰다. 이 회사는 각 단계에서 디자이너, 엔지니어, 공장 조립 기술자, 부품업체 그리고 협력업체들이 한 팀이 되어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협업환경을 조성했다. 관련된 여러 부서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플랫폼 팀을 조직하고 이 팀에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주요 결정을 스스로 내려 집행하도록 전권을 주었다. 또한 컴퓨터 시스템을 보완해 필요한 정보들을 쉽게 공유할 수 있게 하였다. 모든 부서간에 자기 주장만 하지 않고 나중에 조립할 때의 문제까지 함께 고민하는 협업환경이 조성되자 부품의 결함이나 조립과정의 문제점들을 미리 발견하고 해결할 좋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신차 개발기간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지식기반사회 하부구조 종합구상이라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식기반의 각종 정책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정부의 연구개발투자를 2002년까지 정부예산의 5%로 확대하고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조기구축을 통해 전 국토를 인터넷으로 연결함으로써 지식유통 및 활용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식기반 하부구조의 구축은 지역별·부처별 발전계획으로부터 국가적 시각에서 장기적·종합적으로 기획·조정·추진돼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전제아래 「지식기반 하부구조 기획단(가칭)」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촉진법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건의사항이다.

정부가 지식경영에 관심을 갖고 추진하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지식경영은 새로운 법이나 조직이 있어야만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행 체제안에서도 얼마든지 실천가능한 부분이 많다. 판단을 내리기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있더라도 부처간의 이기주의로 각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일이 추진될 때에는 국가적으로는 엄청난 낭비만 초래하게 된다.

내가 사는 수지지역에서 요즘 종종 보게 되는 모습이 있다. 포장된 지 1년도 안된 8차선, 10차선 중심도로가 상수도관 매설을 위해 다시 파헤쳐지는 것이다. 시민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예산 낭비는 말할 수도 없다. 상수도·하수도·전기·전화·가스관 등을 매설할 계획은 적어도 몇 년 전에 세우기 때문에 예산당국과 부서간에 서로 협조만 하면 쉽게 조정, 동시에 매설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유가 올해 집행하지 않으면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든지, 혹은 특정인의 임기 내에 집행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낭비는 법이나 기구 이전의 문제다.

영종도 신공항같은 거대한 토목공사를 하면서도 다리와 도로가 미리 건설되지 않아 많은 물자와 인력들이 배를 이용, 수송되는 것을 보며 놀라는 어느 외국 기술자의 모습 가운데 우리의 현주소를 본다. 각 부서에서 계획을 분석하고 조정해 효율을 높이고 낭비를 줄이는 것이 지식경영이다. 하지만 지식경영은 우리가 이미 아는 것부터 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지식을 함께 슬기롭게 나누는 의지와 지혜를 통해 발전된다. 정보를 공유할 시스템과 새로운 조직체계를 갖추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김형회 바이텍씨스템 회장(hhkim@bit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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