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호출기, 자승자박...해외에서 가격 출혈경쟁

무선호출기 제조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가격 출혈경쟁을 감행,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동남아산 저가 무선호출기와의 경계선으로 여겨졌던 「미국행 본선인도가격(FOB) 30달러대」가 무너졌다.

이는 올해 국내 무선호출사업이 완전 퇴출되면서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른 미국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박리다매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국내 업체들이 중국 및 대만산 제품의 물량공세를 「기술력 및 품질 격차에 대한 자신감」으로 막아내지 못하고 가격인하만을 거듭하고 있어 문제다.

스탠더드텔레콤(대표 임영식 http://www.nixxo.co.kr)은 월 10만대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는 대표적인 무선호출기 제조업체. 이 회사는 최근 대당 35달러를 유지하던 「플래티늄」 호출기의 FOB를 30달러 초반으로 끌어내린 데 이어 현재 추가인하를 검토중이다. 또 다음달로 예정된 미국의 한 무선호출사업자와의 계약에서는 수출 단가가 30달러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국내 제조업 여건상 「무선호출기 FOB 30달러」는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수출 규모가 가장 많은 스탠더드텔레콤이 30달러 선을 무너뜨릴 경우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스탠더드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현지 사업자가 요구하는 수출 단가가 워낙 낮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와이드텔레콤(대표 김재명 http://widetel.co.kr)도 30달러 중반을 유지하던 「매그넘」 호출기 FOB를 27달러로 낮췄다. 에지텍(대표 김성주 http://www.edgetech.co.kr) 역시 「디바」 시리즈 3종을 23∼26달러에 공급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 단절로 쌓여가는 무선호출기 재고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밀어내기 전략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이동전화 단말기로의 주력품목 전환에 따른 설비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무선호출기 수출 물량을 늘려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적정 마진을 고려하지 않은 출혈경쟁은 국산 무선호출기의 위상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독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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