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수준에 펀딩을 하느니 아예 안받고 내년 이후로 넘기겠다.』
최근 자본경색과 벤처위기설로 벤처기업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벤처캐피털 등 투자가들이 헐값에 벤처기업 지분을 사들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과 관련,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좋은 유망 벤처기업은 펀딩을 내년 이후로 연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19일 벤처기업 및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경쟁력이 높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술 벤처기업이나 벤처위기설이 불거지기 전에 대규모 펀딩에 성공, 아직은 현금 유동성이 좋은 유망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펀딩을 연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벤처캐피털이 원하는 할증(프리미엄) 규모와 벤처기업이 바라는 프리미엄 규모가 큰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 즉, 벤처캐피털들은 그동안의 고배수 투자는 거품이었고 그때와는 사정이 달라 두자릿수 펀딩이 곤란하다고 판단하는 반면 벤처기업들은 시장상황을 감안해도 최근의 프리미엄 적용은 너무 심해 아예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투자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 관련업체인 C사는 지난 7월부터 펀딩을 추진해왔으나 벤처금융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투자기관이 터무니없은 낮은 프리미엄으로 투자를 제의, 이를 거절하고 국내 펀딩을 늦추기로 했다. 대신 자사의 관련 솔루션과 회사 비전에 관심이 많은 해외 투자그룹으로부터 투자제의를 받고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케이블모뎀 전문업체인 N사는 최근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ISP)업체로부터 대형 수주를 받은데다 관련규격을 취득, 본격적인 양산을 추진하면서 액면 대비 20배수 정도로 30억원 안팎의 펀딩을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시장상황이 나빠 이를 연기할 방침이다. N사는 이에 따라 해외 투자기관을 통한 자금유치와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쪽으로 자본조달 계획을 수정했다.
정보통신단말기 전문 벤처기업인 H사도 국내 벤처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최소 25배의 프리미엄으로 50억원 규모의 대형 펀딩을 추진해오다 최근 배수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펀딩이 지지부진, 자본유치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또 인터넷 솔루션 전문업체인 O사는 지난 8월부터 펀딩을 추진해오다 투자 할증을 놓고 투자기관과의 거리가 너무 커 최근에 펀딩을 내년 초 이후로 연기한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 7월께 유치한 엔젤자금이 10억원 이상 남아있고 매출로 당분간 자금운용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 자금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1차 기관펀딩을 여유있게 기다린다는 생각이다.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벤처캐피털들이 불안한 금융시장을 악용해 너무 낮은 가격에 투자를 제의, 어쩔 수 없이 펀딩을 연기한다』면서 『하지만 자금이 제 때 들어오지 않아 업무 추진상의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볼멘소리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홍기범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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