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경색으로 CTI 업계 계약유보 사례 늘어

「다잡은 고기 놓칠라.」

매년 4·4분기마다 특수를 누려왔던 컴퓨터통신통합(CTI) 업계가 수요처의 자금경색으로 성사단계에 있는 솔루션 공급계약이 취소되거나 내년 이후로 연기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자 고심하고 있다.

CTI 솔루션을 새로 도입하거나 기존 시설을 확장하려는 일반기업들의 대부분은 상반기중에 CTI 업체들로부터 공급제안서를 접수한 후 4·4분기에 최종 도입을 결정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왔다. 때문에 상당수 CTI 업체들의 연간 매출은 4·4분기에 50% 이상이 편중돼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수 및 수출불안, 유가폭등, 금융경색, 자금난, 구조조정 압력 등 여러 내외적 요인들로 인한 경영여건악화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4·4분기 특수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은 편이다.

여기에 CTI 콜센터의 최대 수요처였던 은행권이 합병 등 제2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솔루션 설비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올해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른 신생 벤처기업들도 자금압박을 이유로 솔루션 도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전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던 부가서비스를 인터넷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을 개발, 판매하고 있는 A사는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영업에 나서면서 월 5, 6건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으나 이달 들어서만 성사단계에 있던 2건의 계약을 놓쳤다.

솔루션 도입으로 인해 새로운 수익사업을 창출하려 했던 벤처기업이 최근 자금난을 겪으면서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돼 도입시기를 여건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2·4분기로 미뤘기 때문이다.

CTI에 인터넷상담 기능을 추가한 컴퓨터인터넷통신통합(CITI) 솔루션을 개발해 인터넷쇼핑몰 업체와 은행을 대상으로 공급협상을 벌여왔던 B사 역시 이달중에 계약성사를 예상했으나 결국 무기한 연기통보를 받았다.

이같은 추세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돈 가뭄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현금확보, 당장 불필요한 신규투자 중단방침을 정하고 있어 4·4분기 매출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지만 CTI에 대한 관심 증대로 올해 시장규모가 예년의 두 배 이상으로 급신장한데다 계약취소가 아닌 계약유보라는 점에서 그다지 비관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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