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재료 분야에서 소리소문없이 커가고 있는 업체들이 많다. 대외적인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 않다 보니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나름대로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축을 형성했다.
LG실트론과 최근 MEMC가 포철이 보유했던 40%의 지분을 사들여 새롭게 탄생한 MEMC코리아(구 포스코휼스)가 그런 회사로, 반도체의 기본 소재가 되는 실리콘 웨이퍼 시장을 양분했다.
두 회사를 이끌고 있는 사령탑은 노준철 사장(56)과 장승철 사장(53). 이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모두 올해 새롭게 대표이사 사장의 중책을 이어 받았다.
노준철 사장은 케이씨텍으로 자리를 옮긴 이창세 사장으로부터, 장승철 사장은 MEMC의 포철 지분 매입과 함께 포철에서 파견됐던 홍승복 사장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반도체 호황의 국면에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두 사람이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은 결코 평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4·4분기부터 올초 전망치보다 밑도는 예상치가 불거져 나오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와 바로 연동되는 실리콘 웨이퍼 사업의 특성상 이들의 눈과 귀는 항상 반도체 시장의 동향에 집중되고 있다.
노준철 사장은 67년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졸업이래 30년 이상 LG에 몸담은 LG맨. 노 사장은 반도체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 노 사장은 LG화학(구 럭키)으로 입사해서 96년 LG화학 부사장에 오르기까지 석유화학 계통을 전담했다. 학교 전공을 제대로 살려 오로지 화학의 외길을 걸어왔다.
올해부터 LG실트론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노 사장은 전혀 생소한 분야에 외도한 셈이다. 그러나 노 사장은 실트론을 맡은 지 1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실리콘 웨이퍼 시장의 동향을 읽는 데 그 누구보다 예리하다. 그만큼 반도체를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품질과 기술」만이 경쟁력의 근간이라고 믿고 있으며 반도체 사업과 마찬
가지로 실리콘 웨이퍼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의 요구를 예측할 수 있는 제품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웨이퍼사업이 반도체 시장에 따라 출렁여 사업하기가 쉽지 않으나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제품구조의 다양화, 시장의 다변화를 축으로 고객의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노 사장 특유의 꼼꼼함이 정밀한 웨이퍼 사업에 잘 어울린다는 게 중론이다.
폴리시드 웨이퍼외에 다양한 규격의 에피웨이퍼와 SOI(Silicon On Insulator) 웨이퍼의 판매도 그의 관심 분야다.
LG실트론의 노 사장에 맞서 장승철 MEMC코리아 사장은 올 9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자체 승진했다. 포철과 MEMC가 지분을 40%씩 보유하던 때 포철의 홍승복 사장, MEMC의 장승철 부사장 체제이던 것이 이제 장승철 사장과 홍승복 고문체제로 탈바꿈한 것. 노 사장에 비해 장 사장은 이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다. 지분이 바뀌면서 장 사장은 홍 사장의 뒤를 이어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그는 인하공대를 거쳐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나온 해외파다.
장 사장은 사장 취임과 관련한 행사를 약식으로 마쳤다. 평소 침착한 성격의 장 사장은 대외 홍보 등을 꺼려 언론계에도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인물.
72년부터 82년까지 국방과학연구소,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소 등 항공관련 엔지니어 출신이다. 85년 LG실트론의 전신인 코실에 입사, MEMC 한국지사장을 거쳐 지금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MEMC코리아의 김영환 이사도 이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김 이사는 특
히 웨이퍼의 영업·마케팅을 전담해 왔기 때문에 반도체 분야까지 시장동향에 빠른 감각을 보여준다.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용 백라이트유닛(BLU)도 상대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분야다. 이 분야는 기존 업체들의 신규 사업 진출 단골 메뉴. 올해 TFT LCD의 성장으로 BLU 분야도 상대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어 많은 업체들이 기존 사업을 대체할 신규 사업으로 BLU를 선택했다.
BLU 분야의 선두주자는 단연코 태산LCD와 우영. 태산LCD는 83년 설립이래 BLU 분야에 주력하는 전문업체이며 우영은 커넥터·LED모듈·BLU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태산LCD를 이끄는 최태현 사장(53)은 BLU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삼성반도체(현 삼성전자)의 개발실장, 금성반도체의 공장장을 거쳤던 이력이 말해 주듯이 최태현 사장은 이 분야에 누구보다도 밝은 지식을 자랑한다. 또 훤칠한 키에 호남형 외모는 최태현 사장을 두드러지게 하는 포인트다. 네덜란드 필립스 인터내셔널 인스티튜트와 경북대학교를 거친 그는 이같은 외모와 함께 국제적
인 감각과 경상도 사람 특유의 뱃심마저 하나로 녹아냈다.
우영의 박기점 회장(56)도 이 분야에 관한 한 뒤지지 않는다. 서울대 기계과 출신으로 도쿄대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전형적인 엔지니어 출신답게 한 분야에 대한 집중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랫동안 담배 필터를 제조했던 신평물산도 BLU 분야에서 일정부분의 역할을 한다. 신평물산은 창업주인 김종헌 회장과 이정회 사장 체제를 이루다가 최근 필터사업부문과 BLU 중심의 전자부문으로 분리됐다. 새로 분리된 전자부문은 이라이콤이라는 상호로 문패를 바꿔 달았으며 여기에 이정회 사장(50)이 수장을 맡았다.
이정회 사장은 경남고등학교·성균관대학교 출신으로 77년부터 84년까지 한일합섬 총무부 과장을 역임하다가 신평물산에 이사로 합류했다.
이후 신평물산이 BLU·EL 등의 전자부문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에 99년 마침내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이라이콤의 실질적인 업무 추진은 이정회 사장과 신동엽 전무의 라인을 거친다. 신동엽 전무는 이정회 사장과 경남고 동기동창으로 서울공대를 졸업하고 고려피혁·삼화·골든벨상사 등 줄곧 무역관계 업무를 맡다가 신평물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지전자의 서진석 부사장도 신규사업을 따라 새롭게 부임한 인물 가운데 하나. 삼지전자는 BLU 사업참여를 위해 지난 1년여간 생산설비를 준비해 왔으며 이제 가동 및 활성화의 중책은 서 부사장에게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서 부사장 또한 언론을 기피하는 인물로 LG 계열사 및 네이켐이라는 외국계 회사를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BLU 사업의 특성을 미리부터 간파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형이다.
상대적으로 디스플레이산업의 관심밖에 있던 유기EL분야에 학계 교수들의 벤처창업이 줄을 이었다. 앞으로 EL로 대표되는 디스플레이 관련 벤처기업은 정보통신분야에서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학계에서 오랫동안 연구·개발한 결과를 사업에 적용한 경우가 많은데 네스의 김선욱 사장, EL코리아의 신동혁 사장, 엘리아테크의 박원석 사장, 스마트디스플레이의 김원대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EL이 최근 들어 각광받는 이유는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EL의 경우 이론적으로 화질과 소비전력이 TFT LCD에 비해 우수하고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에 비해 부품·재료 부담이 현격히 낮아 IMT2000 단말기용 디스플레이로 유력시 되기 때문이다.
다만 유기EL은 저온폴리 TFT LCD의 다음 단계 기술로 초기수율이 10% 안팎에 그치고 수명이 짧아 이를 극복하고 상용화 단계에 이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선욱 네스 사장(36)은 기존 콘덴서에 비해 용량이 1000배나 큰 초대용량 콘덴서 상용화 제품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데 이어 유기EL사업에 진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나의 거대한 암반을 깎아 만든 인도 아잔타의 가일라시 사원을 좋아한다는 김 사장은 네스의 사업정신이 먼 옛날 가일라시 사원을 만든 인도인의 장인정신과 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가일라시 사원에 꼭 한 번 가보는 게 소망이라 한다.
신동혁 EL코리아 사장(42)은 98년까지 동국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를 지낸 대학교수 출신 창업가다.
서울대학교를 나와 한국과학기술원 석사, 미국 콘웰대학교 박사학위를 이수한 캐나다 벨노던의 교환연구원, 콘웰과 위스콘신의 연구원을 지냈다. 10년 남짓 전문 학술지 게재 논문 45건, 국제학술회의 발표 논문 8건, 국내학술회의 발표 논문 26건 등이 말해주듯이 신동혁 사장의 연구활동이 왕성하다.
김원대 스마트디스플레이 사장(40)도 연구원 출신이다.
경북대학교 출신의 김원대 사장은 LG전자,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 대우고등기술연구원, 한국지적재산평가원 부원장을 거쳐 스마트디스플레이를 설립했다.
이밖에도 김해강 신화오플라 부사장 겸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감사, 서울시립대 교수 출신의 박선우 UPD 사장, 박원석 엘리아테크 사장 등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를 이끌어갈 주역이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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