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등록기업인 한국디지털라인의 부도사태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우선 이번 사태가 그동안의 부진을 딛고 이제 차츰 활기를 되찾아 가는 코스닥시장의 발목을 잡아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들 수 있게 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또 이로 인해 지금도 성실하게 첨단기술 개발에 땀흘리고 있는 많은 벤처기업인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으로 연결되고 이것이 자칫 코스닥시장의 자금경색을 몰고 오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이번 부도사태의 원인은 한마디로 창의력을 바탕으로 첨단기술 개발과 기술축적이라는 벤처기업의 본분을 망각한 채 벤처기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와 문어발식 기업확장 및 차입을 통한 주식인수 등 벤처업계의 일부 잘못된 경영행태를 그대로 답습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실제로 일부 벤처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첨단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에 사용하지 않고 다른 업체를 인수하는 데 사용했던 일이 없지 않았고 이와 관련해 본란에서는 이런 부당성을 수차례 지적해 왔다.
그동안 국내 벤처기업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선진국 진입 견인차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울러 대기업 중심의 기업구조를 중소기업 위주로 바꾸는 등 국가경제체계를 변혁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 왔다. 또 젊은이들에게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토양과 여건을 조성해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지식기반사회를 앞당겨 구축하는 데도 벤처기업들이 많은 기여를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스닥시장이 침체되고 벤처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진 문제의 본질은 확실한 수익모델을 개발하지 못한데다 주가에 대한 거품논쟁 등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이로 인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극히 일부는 주가조작에 참여해 차익을 챙기는 등 부도덕한 행위를 하는 기업인도 없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부도사태와 관련, 벤처기업인들은 그동안 소흘했던 첨단기술 개발과 기술축적에 주력해 확실한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벤처기업의 미래를 투자가들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과정을 소상히 투자가들한테 알려 실추된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통해 시장의 자생력을 확보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두말할 필요없이 벤처기업의 경영자들한테 있다. 벤처기업인들은 우리가 지식정보강국으로 발전하는 데 디딤돌이 될 것으로 여겼던 벤처산업에 대해 투자가들이 외면하는 근본원인에 대해서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거품론을 제거하고 그야말로 벤처기업에 대한 옥석을 가리는 조정의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벤처산업 육성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던 정부도 관련제도나 관행 및 관리감독에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잘못된 제도나 관행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두 번 다시 이번과 같은 과도한 벤처기업 인수와 예금주의 돈을 자기 돈처럼 빼내 사용하는 불법행위와 도덕적 해이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 코스닥시장의 풍토를 건전하게 만들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들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모두의 반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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