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DEX KOREA 2000]장비·재료 국산화 현황

우리나라는 반도체산업이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명실상부한 반도체 강국이지만, 반도체 장비·재료쪽으로 눈을 돌려 보면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세계 D램시장의 약 40%를 점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세계 반도체 장비 수요의 약 20%를 점하고 있는 반면, 반도체 장비 분야의 국산화율은 20%대의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산화율이 극히 낮아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80% 정도의 제품을 외산 장비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 국내 장비·재료 수입 현황=올해들어서도 반도체 장비의 수입의존도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오히려 반도체와 함께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관련 장비·재료 등의 수입이 덩달아 급증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제조의 핵심공정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전공정 장비는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올해 국내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확대로 관련장비 수입액은 지난해(16억9072만달러)에 비해 42.7% 정도 증가한 24억1401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올해 반도체 장비 생산액은 3억6102만달러로 자급률이 13%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제조 전공정 핵심장비의 수입비중이 매년 증가, 전체 장비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9년 12억4154만달러에서 올해는 18억5738만달러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반도체 제조 전공정 장비 가운데 수입증가를 주도할 품목으로는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공정장비를 비롯, 트림(trim)/폼(form)장비, 식각장치(etcher), 화학기계적연마(CMP) 장비, 확산로 등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반도체 장비는 대부분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 들여와 쓰고 있다.

반도체 재료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산 반도체 재료 생산은 12억달러 규모로 세계시장의 7% 정도를 점유하고 있으나 수입비중도 수요의 50%에 이른다. 재료업체들은 아직은 자체 생산기술력이 취약해 업체의 70% 이상이 외국업체들과 기술제휴 또는 합작생산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웨이퍼·마스크·감광제·화학약품·CMP용 슬러리·리드프레임·볼그리드어레이(BGA) 서브스트레이트 등 반도체 재료 수입액은 올해 9억9050만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14%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 전망과 대책=반도체의 기술이 지속적으로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장비·재료 분야의 기술력은 당분간 외국업체들을 따라잡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고집적도화가 진행되면서 첨단 핵심장비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장비·재료업체이 외국 선진업체들에 항상 뒤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국내 장비·재료업체들은 최근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 전공정 장비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아울러 차세대 300㎜ 웨이퍼 공정시대에 대비한 제품 상용화도 활발하다. 몇몇 업체들은 이미 양산제품을 내놓았고 있어서 내년중 관련 제품들이 본격 출시될 전망이다.

따라서 빠른 속도는 아니나 국산제품의 수입대체 가능성만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조립·패키지·테스트공정 장비 분야에서의 국산화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반도체 칩 검사 및 조립·패키징 공정장비의 경우 국내업체들이 관련시장에서 절대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첨단의 고가 테스트 시스템 시장공략도 본격 개시돼 내년중 관련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한편, 장비·재료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비·재료업체들이 자체 힘으로 하기보다는 소자업체의 적극적인 기술제공과 정부의 자금·정책지원이 필요하다.

반도체 소자업체들이 반도체 장비·재료의 공정 적합성, 신뢰성, 성능 테스트를 지원해주고, 국책연구소 등에서 기초기술을 뒷받침할 경우 장비·재료의 국산화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아울러 막대한 개발비용이 소요되는 장비·재료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 국내에 부족한 반도체 장비·재료 분야 전문 기술인력을 적극 육성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시점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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