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알바요? 뭐니뭐니해도 PC방 알바가 최고죠.』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PC방에서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일명 알바)생 남찬우군(25)은 최근 신세대 대학생들이 PC방 아르바이트를 가장 선호한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개인적인 취미를 살릴 수 있는데다 노동강도도 그다지 세지 않아 요즈음 PC방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또 시간당 2000원 가량으로 타 아르바이트보다 높은 편이어서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은 동기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있다며 은근히 자랑한다.
남군의 출근시간은 오후 2시. 전 시간대 아르바이트생과 교대를 하고 PC방을 정리하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담배꽁초로 가득찬 재떨이를 비우고 50대 가량되는 PC와 모니터를 닦으면서 손님을 기다린다. 중고등학생들이 하교하는 오후 3∼4시경이 되면 PC방에는 손님이 줄을 잇고 이때부터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빠진다.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괴성을 지르거나 PC가 다운됐다며 PC본체와 모니터를 마구 두드리는 손님 그리고 그들이 피워대는 담배연기로 인해 조용하던 PC방은 일순간 안개 자욱한 전쟁터로 변해 버린다. 최근 조용히 인터넷 검색이나 메일을 쓰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PC방의 최고 인기종목은 게임.
『예전에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디아블로2」나 「포트리스2」를 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 PC방을 탄생시키고 2년 동안 왕좌를 지켜온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근처 목동 사거리에 위치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손현인군(22)도 아침 8시에 출근, 저녁 8시까지 총 12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12시간을 근무하지만 전공이 컴퓨터공학이라 적성에 맞다보니 불과 4∼5시간만 일하는 것 같다며 힘든 줄 모르겠다고 했다.
여유시간도 많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PC방 아르바이트의 장점이다. 손군의 경우 오전 8시에 출근하지만 오후 2시까지는 손님이 별로 없다보니 컴퓨터 관련 자격증 공부를 할 여유도 있는 등 PC방 아르바이트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만족해 한다.
남군과 손군처럼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사람은 대략 전국에 4만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전국 PC방이 1만7000여개고 1개 PC방에서 두세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수치다. 이처럼 PC방은 여타 산업부문이 해내지 못한 엄청난 고용효과를 창출하고 있으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비 및 용돈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PC방 경기가 예전같지 않아 PC방 아르바이트생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손군과 남군이 일하고 있는 목동 사거리 경우 반경 100m이내에 약 50개의 PC방이 산재, 손님확보경쟁이 치열하다 못해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시간당 이용가격이 2000원이었으나 PC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가격인하」가 거듭되다 보니 현재는 1000원 이하로 떨어진 상태. 손님이 줄어든데다 이용요금도 낮다보니 최근에는 문을 닫는 PC방도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많은 PC방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는 상황이어서 PC방 아르바이트생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 최근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가정용 초고속통신망도 PC방 아르바이트생에게는 위협이 되고 있다.
일반가정의 회선사정이 오히려 PC방보다 좋아지다 보니 PC방을 찾는 손님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PC방 아르바이트생들은 PC방차원의 대책도 필요하겠지만 정부에서도 규제책보다는 하루빨리 PC방을 활성화하는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정부의 PC방 정책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는 남찬우군은 『PC방을 유해업소나 되는 것처럼 취급한다면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정보인프라가 돌이킬 수 없는 몰락의 길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PC방이 건전하게 성장, 우리나라가 정보지식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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