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줌카메라가 대중화된 곳은 겨우 선진 15개국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전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아직도 줌카메라를 경험해보지 못한 실정이지요. 따라서 잠재소비층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지난 91년 카메라 사업본부장을 맡은 이후로 줌카메라 개발과 수출을 강력히 추진해온 유무성 삼성테크윈 정공부문 대표는 줌카메라 시장의 건재를 소리높여 외쳤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급성장세에 맞물려 줌카메라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일부의 전망에 쐐기를 밖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올 상반기 35㎜ 줌카메라 시장은 전년 동기에 비해 판매수량이 10% 가량 성장했고 일본과 독일·영국 등에서도 비슷한 비율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사양길 운운은 당치도 않다는 주장이다.
『줌카메라는 고도의 정밀기술을 보유해야만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술력을
갖춘 몇개 기업에서만 생산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8개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8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그러나 삼성은 항공산업에서 쌓은 정밀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무기로 부품국산화 99%를 달성해 현재 전세계 줌카메라 시장의 14%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삼성테크윈은 또 생산성 향상, 효율화와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해 주요 생산라인을 천진 공장으로 대폭 이전, 생산단가를 낮추는 한편 수주에서 출하까지 리드타임을 5일 이내로 단축했다. 여기에 ERP시스템을 도입해 생산과 판매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6시그마 활동을 통한 불량률 최소화에 힘쓰고 있다.
이에 따라 94년 중국 천진에 설립한 현지공장은 연 200만대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카메라 공장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그러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유 대표지만 그 역시 작금의 시장상황이 기술력만을 승부로 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한 차원 높은 마케팅 기법과 유통에 대한 조직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것.
『삼성테크윈은 전세계 85개국에 독점총판을 두고 각 국에 알맞은 유통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고급유통망과 대형유통망, 공항면세점 등을 집중 공략함으
로써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유 대표는 줌카메라 부문에서의 활약상과는 달리 디지털카메라 사업에서는 대응이 미약하다는 안팎의 지적에 고개를 젓는다. 카메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는 것.
『디지털카메라도 결국은 카메라이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광학기술입니다. 최근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전자업체들이 기술향상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지요. 지난 20년 동안 카메라 사업으로 축적한 광학기술과 정밀가공기술은 향후 활성화될 디지털카메라 사업에서 그 빛을 발하리라고 확신합니다.』
유 태표는 디지털카메라에 사용되는 반도체 부품과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 이스라엘 업체들과 공동개발을 확대할 생각이다. 삼성테크윈은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광응용 CCD 제품과 IMT2000용 카메라 모듈, 프로젝터·검사기용 광엔진 분야 신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삼성테크윈은 현재 세계 줌카메라 시장에서 향후 2∼3년 안에 상위 3개 기업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물론 장기적인 목표는 줌카메라뿐만 아니라 세계 광산업 분야에서 초일류 기업이 되는 것. 이를 위해 현재 크게 세 부문으로 사업구조를 조정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중이다.
『삼성카메라는 이미 줌카메라 부문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올라섰습니다. 이제 국내에서도 일본 브랜드에 치우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삼성테크윈의 기술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할 때입니다.』
국내 유일의 카메라 제조업체로서 삼성테크윈의 미래는 곧 국내 카메라 산업의 미래라는 점에서 유 대표의 책임과 고민은 더욱 크게만 보인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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