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에어>케이블TV 선정성 위험수위

언더그라운드 록그룹의 강렬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환상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전라의 남녀가 선정적인 춤에 빠져든다.




벌거벗은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인이 사무실에서 온몸을 뜨겁게 애무하며 불륜의 관계를 맺는다.




비디오방이나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볼 수 있는 안방의 TV를 통해 방영된 뮤직비디오와 영화가 이 정도 수준이다.







이런 야한 내용의 뮤직비디오나 영화가 방송을 통해 가정의 TV로 보내졌다면 『설마, 그럴 리가』를 연발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케이블TV 방송을 통해서는 청소년들이 봐선 안될 야한 장면을 시청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지난 3월부터 7월말까지 5개월 동안 선정성과 폭력성을 이유로 방송위원회로부터 「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은 케이블TV 방송사례는 모두 57건에 달한다. 이중 상당 부분이 음란·퇴폐와 청소년 유해 등의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케이블TV방송의 선정성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하나는 화면에 전라의 모습으로 등장하거나 정사장면 등 선정적인 영상을 방송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성적인 내용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언어들이 여과없이 그대로 방송되는 것이다.







그동안 지적된 케이블TV의 지나친 선정적 사례들을 보면 영화의 경우 저속한 성인용 영화를 방영하거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을 묘사한 것과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청소년에게 부적합한 화면을 내보내는 것 등이 꼽힌다.




음악부문에서는 선정성이 과도한 뮤직비디오를 편성하거나 음악,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의 선정적 잡담, 농담 등이 방영된 것이 제재를 받았다.




또 패션쇼 프로그램에서도 모델들의 과다한 노출을 여과없이 방영하거나 드라마·다큐멘터리 등 해외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선정적인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경우도 징계를 받았다.







케이블TV방송의 선정성을 보다 못한 방송위원회는 급기야 케이블TV의 선정적·폭력적 프로그램 개선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방송위가 내놓은 개선대책으로 인해 케이블TV방송에서 선정적인 장면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금까지 방송위는 선정성과 관련,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해 케이블방송사에 수많은 제재조치를 내렸지만 대부분 「경고」 정도에 그쳤다.




경고란 말그대로 조심하란 얘기다. 벌금을 내는 것도 아니고 누가 책임지고 법의 심판을 받는 것도 아니다. 결국 솜방망이에 불과하단 뜻이다.




방송위원회를 종이 호랑이로 보는 케이블TV방송사들은 오히려 한술 더 뜨고 있다.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줄어들기는커녕 경쟁적으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모 케이블TV방송사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성인영화를 거의 무삭제판으로 방영키로 하고 첫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 한 영화전문 채널에서는 미국의 유명한 「섹스 엔 시티」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선정적인 영상은 많지 않지만 성을 주제로 한 노골적인 대화들이 자주 등장한다.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 성인방송의 경우 대부분 성인을 대상으로 한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내용이 다소 선정적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용납될 수 있지만 가정의 TV는 청소년에게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주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이제는 말뿐인 대책 말고 뭔가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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