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이 시작됐다. 언더에서 오버로, 사이버 세계에서 현실로 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꾸는 게릴라들이 인터넷을 타고 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들은 다름아닌 「제2의 조PD」를 꿈꾸는 사이버 가수들. 인터넷이라는 무한대의 공간이 바로 그들의 무대다.
퍼니 파우더(Funny Powder).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사이버 그룹이다. 웃음을 선사하는 마법의 가루라는 뜻의 이름처럼 지구인들에게 음악으로 즐거움을 주는 것이 목표다.
스물 한살 동갑내기 승복·호준·기섭은 한 동네 친구들. 지난 97년 1월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뭉쳐 밴드를 만들었다.
힙합·록·테크노·랩. 당시로서는 생소한 이같은 음악장르에 몰입하는 그들을 받아줄 대중매체는 없었다. 그러나 단 한곳. 인터넷이 있었다.
「한방!」. 그들이 인터넷상에서 열었던 사흘 동안의 데뷔 공연이다. 국내 최초의 사이버 공연이라 할 수 있는 이 무대에서 그들은 타이틀곡 「뻥삼이」가 25만건이나 다운로딩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말 그대로 한방에 네티즌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97년 11월 첫번째 싱글 「For Hardcore Babies」를 냈다. 사이버에서 현실세계로 내려오려는 첫 시도였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두터웠다. 애니메이션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여기저기 홍보도 해봤지만 기존 대중매체의 전파를 타기는 좀처럼 어려웠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인터넷이 있었다. 전략을 바꿔 인터넷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싱글음반 2집을 냈고 다양한 실험적인 음악을 잇따라 발표했다. 약간 삐딱한 듯 하지만 밉지 않은 가사들, 탄탄한 구성속에서도 느긋함을 잃지 않는 연주, 독설스러우면서도 장난기어린 랩. 다소 황당하지만 재치있고 시원한 이들의 음악을 네티즌들은 외면하지 않았다. 입소문을 타고 팬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요즘 퍼니 파우더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3년여의 인터넷 음악활동을 바탕으로 현실세계에 재도전장을 냈다. 지난 8월 정규 앨범 「The Greatest Hits」(난장뮤직 기획·드림비트 발매)를 내놓고 본격적인 오프라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타이틀곡 「Trip」을 시작으로 자신들이 외계인임을 주장하는 서브 타이틀곡 「지구인 납치 사건」, 자우림의 김윤아가 우정 출연한 「스릴 있게 살자」 등 그들의 음악성과 대중성을 잘 조화시킨 이번 음반으로 퍼니 파우더는 기존 방송매체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온라인 활동을 그만두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인터넷 사이트(http://www.funnypowder.com)를 통해 음악방송도 진행하고 자신들의 캐릭터를 만들어 팬들에게 음악편지를 보내는 등 지속적인 활동을 할 계획이다. 인터넷은 그들이 음악을 시작한 원천토양인만큼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더욱더 넓고 깊게 해줄 곳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진정한 음악인이 되기 위해서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팬들이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찾아가야 한다』는 퍼니 파우더는 오늘도 인터넷의 불을 환히 밝히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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