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정경원 2000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 공동 조직위원장

10월부터 내년 초까지 국내에서 국제적인 디자인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오는 10월 24일 2000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를 시작으로 아셈회의 기간에 디자인 전시회가 열리며 내년초에는 세계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 총회가 연이어 개최된다. 특히 다음달 개최를 앞둔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는 전세계 30개국에서 세계그래픽디자인단체협의회(icograda), (사)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VIDAK), (사)한국현대디자인실험작가협회(KECD) 등의 회원사 임원을 포함해 세계 그래픽 디자인계를 이끄는 유명 디자이너 15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뉴밀레니엄은 디자인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요즘 국제적인 디자인 행사들이 국내에서 열린다는 사실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국제적으로 지명도 높은 디자인 행사들이 국내에서 개최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국가적 위상과 국내 디자인산업의 지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국내 디자인산업이 획기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의 공동 조직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정경원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장의 행보가 최근 유달리 눈에 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디자인 경영을 소리높여 외쳐온 장본인으로 또 국내 디자인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정부기관의 장으로서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그의 책임감은 무겁기만 하다.

『다음달부터 열릴 국제 디자인 행사들은 디자인 선진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중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특히 외국의 디자인 관련 인사들에게 우리 디자인산업의 수준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토록 함으로써 국제적인 인지도가 낮은 국내 디자인산업에 적지 않은 활력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정 원장의 선언대로 이런 효과를 제대로 거두기 위해서는 디자인계는 물론 산업 전반의 참여열기가 높아지지 않고는 곤란하다. 그가 특히 우려하는 점은 디자인대회라고 해서 디자이너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 원장이 대회 조직위원회에 전경련 산업디자인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안상수 홍대 미대교수, 이순인 디자인협력본부장, 김철호 LG디자인연구소장 등을 조직위원으로 끌어들인 것도 모두 이런 고려 때문이다.

물론 세계그래픽디자인협회의 아시아지역회의와 국제영상페스티벌·시각커뮤니케이션전·동아시아포스터전·디자인잇특별전 등 이 대회의 다채로운 부대행사들은 국내 그래픽 디자인산업을 현장에서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집행위원으로서 기획과 총괄을 맡고 있다.

『2000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의 주제는 「어울림」입니다. 동양과 서양, 인간과 기술과 자연,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조화를 이루어 어울림의 미학을 추구하자는 것이 모토지요. 그 모토에 걸맞게 디자인업계와 산업계가 서로 손을 맞잡고 이번 행사를 치러 나갈 계획입니다.』

그의 이런 바람은 더이상 디자인은 디자이너만이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 그래픽 디자인에 국한해서 봐도 할 말은 많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홈페이지 첫 화면이 그 기업의 이미지와 기술수준을 가늠하게 만드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래픽 디자인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전세계를 무대로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시대에는 국내에서만 통하는 기업 브랜드 이미지나 기술력에 대한 인지도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디자인의 품격이 받쳐주지 않는 제품,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기술은 절대로 높이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이상 산업계가 디자인을 하나의 하청업으로 평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디자이너를 좋은 제품·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로 생각해야만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디자이너도 장인정신으로 제품에 자신의 창조적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으니까요.』

정 원장은 『많은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만든 상품이 디자인이 떨어진다

는 이유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특히 디자인 시대라고 아무리 떠들어봐야 기업경영자들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세계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의 회원으로서 지난 97년 총회 유치를 위해 발벗고 뛰었던 것, 각별한 애착을 가졌던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자리를 박차고 산업디자인진흥원장을 맡은 것, 이번 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게 된 것도 모두 우리 기업경영자들의 디자인 마인드를 고취시켜 국내 디자인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이겠다는 절실한 바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는 외국의 사례나 기술을 그대로 도입하기 바빴던 지난 행태를 버리고 국제무대에 당당히 우리 디자인의 기술력을 선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 기업들도 디자인 면에서 세계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우리의 국력과 경제발전속도 등을 감안하더라도 이제는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됩니다.』

정 원장은 이를 위해 기업인들의 모임인 로터리 클럽을 비롯해 주요 대학의 최고 경영자과정 등에 강연자로 초빙돼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강연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또 산업디자인진흥원 원장으로서 산업정책연구원과 함께 디자인 경영 사례연구집을 발간하는 한편 디자인 경영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는 기업을 발굴, 시상하는 「디자인 경영대상」도 운영하고 있다.

『모방과 답습이 통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독특하고 창조적인 디자인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경영자의 마인드와 디자인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때 기업의 역량은 최고조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인터뷰 마지막까지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정 원장은 앞으로 열리는 세계적인 디자인대회에 디자이너들뿐 아니라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참여해 세계 디자인의 현 주소를 눈으로 확인해 주기를 다시 한 번 당부했다.

<약력>

△1950년 서울 출생 △1975년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석사 △1982년 시라큐스 대학교 석사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박사 △1976년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 추천디자이너 △1979년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 주임연구원 △1984년 한국과학기술원 산업디자인학과 조교수 △1987년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연구위원 △1989년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 심사위원 △1995년 세계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 집행위원 △1997년 일리노이 공과대학교 디자인대학 객원교수 △199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디자인특별위원회 자문위원 △1999년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 부회장 △현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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