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한국전자전>정보통신·컴퓨터 출품동향

가전과 컴퓨터의 결합,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의 정보가전 시스템으로 묶으려는 의미있는 시도들이 이번 2000 한국전자전에서 화려하게 수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2000 한국전자전은 가전과 컴퓨터·정보통신·방송의 융합체로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TV를 비롯한 디지털 가전기기가 대거 선보여 정보통신 및 컴퓨터업체들도 이를 고려한 제품을 주로 출품하려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시험방송이지만 올해부터 디지털방송이 송출되면서 본격적인 디지털방송을 겨냥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단말기·케이블모뎀 등 첨단 정보통신 기기류가 대거 선보였으며 컴퓨터 및 주변기기 분야에서는 세트톱박스, 모바일 컴퓨팅용 주변기기, USB용 카드류, 스토리지류가 출품됐다. 또 새로운 정보통신 인터페이스 표준으로 대두되고 블루투스 기술들이 대거 선보여 우리나라가 블루투스 정보가전시대에 본격 진입하고 있음을 이번 2000 한국전자전은 유감없이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통신 출품동향

「스피드와 융합」

이번 한국전자전 정보통신관에서 엿볼 수 있는 화두다. 스피드는 보다 빠른 인터넷통신의 구현을, 융합은 개별 정보통신기기간 결합을 통한 홈네트워크화를 뜻한다.

그동안 한국전자전은 주로 TV, 오디오 영상 및 음성기기 출품이 주류를 이루는 일반인을 위한 전시회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정보가전」이라는 이름으로 가전제품과 정보통신제품이 융합되면서 일반인에게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던 정보통신업체들의 출품도 꾸준히 느는 추세다.

무엇보다 초고속인터넷 관련 가입자 장비의 대표주자인 ADSL단말기와 케이블모뎀의 득세가 눈에 띈다. 한국통신·하나로통신·드림라인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경쟁에 힘입어 ADSL단말기와 케이블모뎀은 품귀현상이 빚어질 정도다.

따라서 정보통신관에 ADSL단말기와 케이블모뎀이 넘쳐나는 것은 당연한 일. 특히 중소기업들이 앞다퉈 관련장비를 전시해 주목된다. 새로운 퓨전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전자책(e북) 등 새로운 장비도 선보여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알파텔레콤과 파워넷은 ADSL단말기 및 라우터를 출품한다. 아직 ADSL단말기는 통신사업자가 구매해 임대하는 형식으로 각 가정에 보급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일반 모뎀처럼 최종 사용자가 구매하는 자급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이 업체들은 깔끔한 디자인을 채택한 ADSL단말기를 미리 선보여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시킴으로써 자급제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전자전에 참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맥시스템은 e북과 인터넷전화기 등 첨단 전자제품을 선보인다. 이 회사가 선보이는 e북은 일반도서의 내용을 내려받아 이를 액정표시장치(LCD)를 통해 읽을 수 있는 전자제품이다. e북을 이용할 경우 많게는 수백권 분량의 책을 저장할 수 있고 원하는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청소년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MP3 재생기능도 갖추고 있다. 또 다이얼패드로 알려진 인터넷전화를 마이크를 이용해야 하는 거추장스러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전용 전화기도 선보인다.

또 하나의 대세인 정보통신기기간 융합의 조짐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예 홈PNA카드와 같은 홈네트워킹 관련제품을 들고 나온 업체도 있다.

ADSL단말기와 케이블모뎀은 가정내 PC·정보가전제품과 연결해 홈네트워크를 구성하기에도 충분한 단말기다. 기존 제품에 접속포트만 추가하면 가정용 네트워크 허브(hub)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즉 ADSL단말기·케이블모뎀·홈PNA카드를 매개체로 삼아 PC는 물론이고 TV·냉장고·전화기 등을 하나의 통제권 아래로 집결할 수 있게 된다. 외출중에도 이동전화단말기나 개인정보단말기(PDA)를 이용해 가정내 네트워킹기기에 원격으로 접속해 보안시스템을 가동시키거나 난방시스템의 적정온도를 선택하는 정보가전시대도 ADSL단말기·케이블모뎀 등이 앞당길 태세다.

세진T&M은 이같은 정보통신 및 가전 홈네트워킹의 미래상을 간파, 위성방송수신기와 케이블모뎀·홈PNA모뎀을 전자전에 선보인다. 이 회사는 관련기술을 융합해 가정용 네트워킹에 적합한 단말기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컴퓨터 부문 출품동향

컴퓨터부문에서 출품한 업체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컴퓨터 본체보다는 주변기기를 생산한는 업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노트북PC를 비롯한 컴퓨터가 더 이상 관람객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매력이 없는데다 관련기술이 지난해와 거의 엇비슷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에 출품된 컴퓨터 주변기기류는 산업현장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컴퓨터가 대종을 차지하고 있다. 우선 맥산시스템은 일반 PC용 메인보드와 달리 필요없는 슬롯을 대부분 없애고 CPU·메모리 등 필수적인 부품만 장착한 싱글보드를 선보이고 인우시스템은 싱글보드를 이용한 초소형 컴퓨터를 출품했다.

컴퓨터 주변기기업체들은 TV와 컴퓨터의 결합, 컴퓨터와 일반 가전기기와의 네트워크에 관심을 갖고 블루투스 기술을 접목하는 데 제품개발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키아·에릭슨 등 무선 네트워크 시장의 강자들이 모여 구체적인 규격을 정하고 있는 블루투스는 개인용 노트북이나 PDA뿐 아니라 산업용 기기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공장의 생산설비와 운영자의 단말기 사이를 블루투스로 연결해 생산현황·재고상태 등의 생산설비 관련정보가 자동으로 전송된다.

이에 따라 세계 유수의 업체들은 블루투스 관련기술을 연구하고 그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제품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번 전자전에서도 아직 완결적 제품은 아니지만 블루투스 관련제품이 선보였다.

또 인터넷의 대중화로 동영상·음악 등 멀티미디어 스트리밍이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아날로그 동영상 데이터를 디지털로 변환하거나 멀티미디어 파일을 편집할 수 있는 주변기기도 일부 출품돼 관람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들 기술은 앞으로 본격 전개될 디지털방송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컴퓨터 주변기기 업체가 출품한 제품의 경향을 살펴보면 스카이텍은 노트북·MP3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 등 휴대형 기기의 저장장치로 각광받고 있는 플래시 메모리카드를 내놓았다. 플래시 메모리카드는 휴대형 기기의 표준 인터페이스인 PCMCIA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으로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PC 중심의 컴퓨팅 환경이 노트북PC 및 PDA 등 휴대형 정보통신기기를 중심으로한 모바일 컴퓨팅으로 전환되는 것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3차원적인 사물의 외형 정보를 입체적인 디지털 파일로 만드는 3차원 스캐너 제품도 출품돼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상황을 타개해 수입대체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차원 스캐너는 그린정보통신과 데스코가 출품했다. 특히 그린정보통신은 3차원 스캐너 이외에 최근 저장장치 분야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는 NAS(Network Attached Storage) 제품을 함께 출품했다.

TV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인 세트톱박스도 주목을 끈다. 세트톱박스를 전시하는 업체는 나르시스와 윌서치다. 또 최근 대만산 제품이 시장을 점차 잠식하는 상황에서 로직메카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의 확산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USB용 PC카메라를 전시한다.

이밖에 샤프전자의 초박형 노트북컴퓨터, 유닉컴의 고속모뎀 등도 나름대로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역작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산업동향과 업체 출품경향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전자전은 틈새시장을 노린 특화된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실사구시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평가된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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