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기술표준-서비스 시기 연계 논의, 장비-사업자 갈등만 조장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기술표준 및 상용서비스 시기가 도마위에 오른 가운데 정보통신부의 정책선회로 새로운 논란거리가 양산되고 있다.

특히 기술표준을 서비스 시기와 연계해 논의할 수 있다는 정부의 방침은 그간 유지해 온 정책기조를 스스로 뒤엎는 것으로 장비 및 사업자간의 또다른 갈등을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기술표준을 둘러싸고 정부와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던 SK텔레콤·한국통신의 논리가 차례로 먹혀들어 사실상 정부가 밀리는 양상이라며 기술표준은 물론 서비스 시기까지 이들 기업의 주장이 관철될지 주목하고 있다.

◇후퇴하는 정통부=기술표준을 업계 자율로 협의하기 위해 사업자·장비업계·학계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협의회를 구성하고 필요하다면 서비스 시기도 여기서 논의할 수 있다는 안병엽 장관의 지난 25일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비록 안 장관이 동기·비동기 복수표준이 바람직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강조하긴 했지만 과거와는 달리 무게가 실리지 않은 것으로 해석됐고, 오히려 비동기 단일안이라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단숨에 논란의 핵으로 떠오른 것이 서비스 시기. 그동안은 기술표준 방식 시비에 가려져 있던 상용서비스 시기가 졸지에 표준결정과 연계되게 됐다.

전문가들은 정통부가 SK텔레콤이나 한국통신을 동기로 전환시키기에는 이미 늦었고 자칫 외압시비가 불거질 뒷감당이 어렵다고 판단,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으로 비동기 단일안을 수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장비업계 보호 차원에서 국산 비동기 시스템이 개발되는 시점까지 서비스 시기를 연기하는 카드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한다. 정부로서는 일종의 윈윈 게임인 것이다. 이 때문에 실무협의회의 회의 진행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야 하지만 이미 3비, 상용서비스 시기 연기가 정부의 복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까지 서비스 시기와 기술표준은 별개라고 강조하던 정통부 정책진이 이날 이후 『서비스 시기를 못박은 것은 아니다』며 한 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감 찾은 사업자=SK텔레콤과 한국통신은 「보이지 않는 정부의 동기 채택 압력」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며 홀가분해하고 있다. SK의 경우 기왕 비동기로 갈 바에야 국산장비가 완전히 개발되는 시점까지 서비스 시기를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물론 기존 2세대 시장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한국통신 역시 비동기로 갈 것임을 다짐하고 있고 서비스 시기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LG글로콤은 훨씬 적극적이다. 자신들은 일찌감치 비동기를 선택했고 서비스 시기는 예정대로 2002년 월드컵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때쯤이면 LG전자를 비롯, 국내업체들이 비동기 시스템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본다.

◇고민하는 장비업계=서비스 시기 연기라는 돌출 상황에 맞닥뜨리자 고민에 빠졌다. 통신사업의 특성이 초기 시장 진입인데 만약 시기가 연기된다면 자칫 장비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사업자들이 당초 일정대로 서비스에 나서도 문제될 것이 없을 만큼 완벽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지만 삼성전자는 다소 회의적이다.

열쇠는 삼성전자가 갖고 있다. 동기 주장이 좌절되고 비동기 단일로 갈 경우 서비스 시기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실무협의회에서는 기술표준만을 협의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대신해 IMT2000 정책 전반을 둘러싼 격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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