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공동주관하는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이 최근 서울 여의도 기협중앙회 회의실에서 「코스닥 장기침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열렸다. 백만기 김&장법률사무소 변리사(벤처지원포럼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은 강정호 코스닥증권시장 사장이 「코스닥 시장현황, 구조적 문제점, 그리고 대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한 데 이어 코스닥 등록기업인 누리텔레콤 조송만 사장, 우리기술투자 곽성신 사장, 최준영 중기청 벤처기업국장, 조승재 마이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 사장, 노희진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 정윤제 대신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이 참석해 코스닥 장기침체의 원인 및 해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기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투자자 보호장치 보완, 공정거래 인프라 구축, 글로벌 스탠더드 추진, 장기투자기관 육성 등 코스닥시장 신뢰성 회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토론내용을 요약·정리한다.◆
★주제발표:코스닥증권시장 사장 강정호
코스닥시장 침체는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신뢰기반이 취약하다는 데서 시작된다. 신뢰기반의 취약은 제대로 된 정보가 투자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는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원래 실물경제하의 시장과는 달리 부침이 높은 시장이다. 특히 투자자들이 기업 내용에 대한 확신이 없는 코스닥시장의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하다.
기업이익이 주주가 아닌 곳으로 유출되고 불공정거래가 일어나는 상황하에서는 집단심리 효과와 금리 변동 등과 같은 실물금융시장의 변화에 따라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근본적으로 투자자 보호장치가 미흡하고, 주주중심·주가중시 경영문화 미정착, 공정거래인프라 미흡, 글로벌스탠더드와의 정합성 부족 등의 문제들은 근본적인 코스닥시장의 불안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여러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해결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우선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할 사안은 신뢰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뢰기반 확보를 위해 전제돼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코스닥시장이나 벤처캐피털, 벤처기업들 개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측면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문제는 기업, 투자자,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시장관리자, 증권 당국 등 시장 시스템 전체가 새롭게 탈바꿈해야 해결할 수 있다. 이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되지 못하면 또다시 문제가 생긴다.
코스닥시장은 모든 면에서 취약하다. 실제 회전율의 경우만 보더라도 1000%나 되는 시장은 전세계에서 우리 코스닥뿐이다. 이같은 회전율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시장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부, 기업, 투자자는 물론이고 특히 증권회사들이 계속 팔고 사도록 유도하고 시스템이 비정상적인 회전율을 만들고 있다. 단기 트레이딩에 의존, 대박을 꿈꾸는 이같은 시장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코스닥시장이 신뢰기반을 갖추기는 요원할 것으로 판단된다.
20년 전만해도 한국의 증권시장 규모가 워낙 작았기 때문에 정부의 작은 움직임에도 변동이 많았지만 이제는 시장규모상 한가지 변인에 의해 움직이는 시기는 지났다. 지금은 시장체질을 개선해 글로벌스탠더드로 가야 할 때다.
이제는 국가간 시장끼리의 경쟁이 이뤄지는 시기가 됐으며 살아남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배타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세계 각국들은 기업과 투자자가 많이 찾게 하기 위해 제도완화를 하고 있으며 매매시스템, 거래관습 및 관행을 앞다퉈 세계적인 표준에 맞추고 있다.
또 아직 국내 증권시장은 투자자보다는 기업위주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증권시장도 노량진 수산시장과 같은 일반시장처럼 손님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제는 투자자 보호가 화두가 되어야 제대로 된 시장을 만들 수 있다.
우리 사회가 퇴출불능 사회라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 잘못된 사안이 발견되거나 기업성과가 부실하면 과감히 퇴출해야 한다. 관계사의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서 혹은 노조 무마용 등으로 주주에게 돌아가는 돈을 쓰는 등 경영진의 배임행위와 같은 행태는 기업위주의 시장체제가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주중심·주가중시 경영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주주에게 돌아갈 돈이 엉뚱한 곳으로 가기 때문에 기업의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제도를 투자자 중심으로 하면 좀더 많은 제도적 보완들이 있어야 한다.
특히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 기업이나 경영진은 끝까지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기업을 감시할 수 있는 기관이 있으며 사회분위기 자체도 그런 행위에 대해 혹독한 책임을 묻는다.
투자자 위주의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또 공정한 거래를 위해서는 투자가들이 동일한 정보를 가지고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기업 내용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만큼의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등록과 운영이 이분화되어 있는 코스닥시장의 구조상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다. 유가증권 발행시 굉장히 많은 정보가 생산되지만 이런 막대한 양의 정보가 등록이후 시장을 관장하는 코스닥시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진다. IMF가 가장 크게 관여했던 부분이 정보공개 부분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과 같은 코스닥시장의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시장자체가 시장원리에 의해 운영될 수 있도록 글로벌스탠더드에 입각한 제도관행의 확립, 증시육성에 대한 기본 마인드 제고, 외국인 거부감 해소방안, 매매수수료 구조 개선, 강력한 퇴출제도 집행 등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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