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마지막 황제」의 배우로 친숙한 조안 첸 감독의 「뉴욕의 가을」은 제목부터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게 만든다. 여피족들의 가슴이 설렐 만한 「단풍으로 물든 뉴욕」이란 배경과 리처드 기어와 위노나 라이더라는 배우의 이름 값만으로도 충분히 감성을 자아낼 만한 매력을 풍기는 작품이다.
「라스트 콘서트」에서 눈물을 뺀 영화 「뉴욕의 가을」은 사랑이라는 아름답지만 진부한 이야기를 의도된 대로 세련되고 말끔하게 포장해낸다. 「센티멘털한 느낌에서 벗어나 진실된 사랑의 이야기를 그리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가장 할리우드적인 영화를 제작하면서 외국인의 시각을 빌려온다. 비교적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중국 출신의 감독 조안 첸과 「패왕별희」를 촬영했던 장웨이구의 촬영은 뉴욕의 캐릭터를 살아있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하지만 이 동화같은 이야기 속에는 로맨틱 드라마가 갖춰야 할 화려한 밑그림만 있을 뿐 색채감이 떨어진다.
영화속에서 20여년의 나이 차이를 가진 남녀의 사랑이 어색해 보이지 않는 것은 두 배우가 지닌 역량이다. 전체적으로 「뉴욕의 가을」은 달콤한 로맨틱 스토리를 기대하기엔 너무 진부하고 일상적이며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 구조는 사실 지나치게 통속적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랑이란 요란스럽게 찾아드는 환절기의 감기가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익숙해지는 것이란 메시지를 비교적 일관되게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급 아파트를 갖고 있으며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윌 킨. 나이가 많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그는 모든 여자들이 꿈꾸는 동화속 왕자님이다. 늘 주변에 여자들이 떠나지 않는 그에겐 사랑도 쉬운 만큼 이별도 쉽다. 친구들은 안정되지 않은 그의 삶을 걱정하지만 윌 킨에게 여자란 삶을 즐기며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에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하러온 22살의 샬롯을 보게 된다. 자신을 보며 얼굴을 붉히는 샬롯에게 윌 킨은 호감을 갖게 되고 그녀를 새로운 파트너로 대동하고 파티장을 찾는다. 흥분에 들떠있는 샬롯을 보며 늘 가벼운 관계에만 익숙해 있던 윌 킨은 그녀와의 사랑이 지속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샬롯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샬롯의 설득에 윌 킨은 그녀와의 관계를 지속해가면서 점차 자신이 혼자 남겨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뉴욕의 가을」은 외적으로 완벽해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외로운 남자 윌 킨에게 사랑과 화해를 알려주는 영화다. 그는 샬롯과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이 내버려 두었던 딸과 화해를 하고 둘은 샬롯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uju@nFilm.com 영화평론가·엔필름 콘텐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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