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디지털 게임 시장동향과 전망

◆게임은 한때 10대 청소년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최근 몇년 동안 180도 달라졌다. 사무실과 전철 안,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게임열기가 최근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투자자들도 게임분야에서 「한몫」 단단히 챙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게임업체들은 성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기보다 거대한 시장재편의 소용돌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도태되는 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데이터모니터( http://www.datamonitor.com)가 전세계 게임업계 최신동향을 다각도로 분석한 「디지털게임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소개한다. 편집자◆

◇「틈새」 딱지 떼고 일반 대중시장으로 발전=게임산업이 성장하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게임인구가 그동안 골수 게임 애호가에 국한됐으나 최근 일반 대중까지 게임을 즐기게 됐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게임은 10대 비디오게임 마니아들의 취미 중 하나였다. 게임시장에서 새로운 유행을 정착시키는 역할을 담당해온 이 어린 고객들은 아직도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한 귀중한 자원으로 대접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게임을 즐기는 층은 청소년은 물론 일반 기업체와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데이터모니터가 최근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온라인으로 게임을 하는 성인 중 약 절반(49%)이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니의 게임산업 진출=게임 사용자 분포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했던 원인을 제공한 요인 중의 하나로 지난 95년 소니의 게임산업 진출을 들 수 있다.

당시 게임시장이 아직 아마추어리즘을 못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을 때 소니는 그동안 가전산업에서 축적한 고급 마케팅 기술을 가지고 게임산업에 진출했다. 소니는 제품을 주류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유통채널을 통해 그 제품들을 지원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게임은 「백해무익」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발표할 때 게임이 가지고 있던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일반 대중 사이에 인기있는 이벤트(스포츠·콘서트 등)를 후원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광고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 후 플레이스테이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게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바뀌게 되었다.

◇새로운 고객에게 적응=게임인구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게임업계는 최근 새로 편입되는 게이머들의 취향을 충족시켜 주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게임업체들은 이전까지는 자신들의 고객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고객이 누구인지 알아내 그에 따라 제품을 맞추어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고객이 증가한다는 것은 고객의 관심이 다양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일반화되어있는 스포츠 시뮬레이션, 슈팅, 플랫폼 게임 외에도, 새로운 장르들이 출현해 새로운 게임에 대한 사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세가·고나미 같은 게임개발 업체들은 다마고치와 유사한 게임인 시맨(Seaman)과 DJ 시뮬레이션인 비트마니아(Beatmania) 같은 새로운 게임을 슈팅이나 운전 시뮬레이션 같은 게임에 익숙해져 있는 고객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 새로운 주류 고객의 출현에 부응하기 위해 게임업계는 새로운 장르를 개발하는 한편 툼레이더(Tomb Raider)나 파이널판타지(Final Fantasy) 같은 인기 게임의 후속편을 계속 내놓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대중적인 마케팅 전략=일반 사용자를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게임업체들은 주로 게임잡지 등 전문지를 통해 골수 게이머에게 자사 제품을 마케팅해 왔지만 앞으로는 TV나 생활잡지·게시판을 사용해야 한다.

이것은 특히 기존의 게임 전문업체들에 추가적인 재정부담을 발생시키고 소규모 업체와 대기업 업체 사이의 격차가 더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게임산업은 또 과거에는 게임기, 휴대형 게임기, PC용 게임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게임기는 사용하기 쉽다는 장점과 제조업체의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게임 플랫폼으로 부각됐다. 이에 비해 PC는 게임기보다 보급률이 더 높지만 사용이 복잡하고 계속 값비싼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인터넷은 기존 플랫폼에 일대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여러 사람이 인터넷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 게임은 처음부터 게임기와 PC게임에 상대가 안됐다. 데이터모니터는 2004년이 되면 온라인게임 시장규모가 4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초의 온라인게임은 개인 게이머들을 위한 확장게임 수준이었지만(인터넷 연결 없음), 이제는 온라인 전용 게임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게임 방식은 골수 게이머들과 가끔씩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게임은 또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TV를 발전시킨 인터액티브 TV와 휴대폰 등에서도 앞으로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분석된다.

게임업체들이 앞으로 게임을 개발할 때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은 다양해졌다. 이 때문에 게임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게임개발 업체 입장에서는 앞으로 어떤 플랫폼에 자원을 투입할지 결정해야 하는 숙제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극소수의 게임개발 업체만이 모든 플랫폼에 대해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PC와 게임기용으로 개발된 게임은 호환성이 비교적 우수하다. 그러나 휴대형 게임기와 휴대폰, 인터액티브 TV게임을 호환시키려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게임을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우선 디스플레이가 다른 데다가 저장용량 또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게임개발 업체들은 플랫폼에 따라 여러 개발팀을 운영하게 되고 결국 이는 개발비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게임산업이 최근 전세계적으로 급팽창하고 있지만 정작 게임업체들은 시장에 적응하는 데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게임은 원래 위험도가 높은 사업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업체들은 엄청난 개발비를 투자, 게임을 마케팅하고 홍보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리고 설사 게임업체들이 엄청난 물량을 동원해 게임을 마케팅했더라도 성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어떤 게임개발 업체들은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광고를 이용한 매출창출이나 주문형 게임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광고로부터 매출을 창출하는 방식은 고객이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고객을 위한 모델이다. 하지만 이런 사업모델의 경우, 사이트 방문자수가 매우 중요하다. 광고를 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하는 MSN의 「게임존」 같은 대형 게임사이트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상당한 광고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대다수의 중급 사이트들은 무료 게임사이트를 유지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게임산업은 이제 부흥기를 맞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게임업체들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에 가슴이 부풀어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값비싸다. 극소수의 대형 업체만이 성공할 수 있다.

<정리=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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